(도쿄=연합뉴스) 깔끔하고 산뜻한 출발이었다. 5인조 아이돌 그룹 빅뱅의 일본 첫 단독 콘서트는 합격점을 훌쩍 넘는 성과를 거두며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28일 저녁 공연에 이어 29일 오후 2시와 6시 열린 단독 콘서트 'Global Warning Tour 2008'은 전문 콘서트홀을 목표로 20일 문을 연 도쿄돔시티 JCB홀의 장점을 유감없이 활용해 첫번째 한류 아티스트의 실력을 맘껏 뽐낸 무대였다.
연속 3회 공연을 매진시킨 빅뱅의 고공 인기는 29일 무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은 전날 무대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열기로 가득 넘쳐났는데, 3천100석 규모의 객석에서는 주말을 맞아 현해탄을 건너온 수많은 한국 원정팬들이 열성적인 응원으로 분위기를 돋웠기 때문이다.
절도 있고 힘찬 춤과 함께 첫 번째 노래 'So beautiful(없는 번호)'이 시작되자 3층까지 가득 메운 팬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함께 노래했으며, 빅뱅은 이어서 '흔들어'로 객석과 무대의 간격을 좁히며 열기를 더해갔다.
일본 진출 계획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은 노래만이 아니었다. 첫 무대가 끝난 뒤 이어진 토크 순서에서 멤버들은 유창한 일본어로 "드디어 첫 콘서트를 열게 돼 무척 긴장된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기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하였으며, 곧이어 멤버들의 개성이 톡톡 튀는 비트 박스를 즉석에서 선보여 큰 갈채를 받았다.
히트곡 '빅뱅(BIGBANG)'과 일본 데뷔 싱글 '하우지(HOW GEE)'를 연이어 선보인 뒤 카리스마 넘치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태양이 솔로로 '마걸(Ma girl)'을 부르며 뮤지컬과도 같은 무대를 꾸몄다. 티셔츠를 찢고, 홈비디오로 백댄서를 찍다가 함께 침대 위로 쓰러진 뒤 무대 밑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천둥 소리에 비가 내리는 연출이 돋보인 일본 싱글의 수록곡 '눈물뿐인 바보(Together)'와 서정성 가득한 '바보(PABO)'의 화음에 이어 컴백 2주 만에 '미안해요'로 Mnet '엠 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차지한 거미가 게스트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미 입소문으로 거미의 가창력을 들은 탓인지 여기저기서 '귀엽다' '예쁘다'는 말이 쏟아졌다. 거미는 "그래도 여자인데 한국에서는 핸섬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지금은 핸섬하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거미는 서툴지만 또박또박 일본어를 써가며 "빅뱅과 함께 콘서트에서 노래할 수 있어서 무척 좋다. 나도 일본에서 어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조금만 더 기달려 달라"고 부탁해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예고했다.
이날 거미는 빅뱅의 탑과 함께 히트곡 '미안해요'와 일본어로 번안한 '그대 돌아오면'을 멋지게 소화해 일본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다시 무대에 등장한 빅뱅은 'Crazy Dog+환상 속의 그대'와 '라라라(LaLaLa)', 그리고 ' VIP' 등 중독성이 강한 히트곡을 쉴 새 없이 풀어놓아 행사장의 열기를 최고조로 이끌었다.
이어진 솔로 무대에서 대성은 '웃어본다'를 부르던 중 일본 팬 한 명을 무대 위에 안내해 의자의 앉힌 후 장미꽃을 건네고 목걸이를 직접 걸어줘 로맨틱한 분위기를 빚어냈다. 대성이 무릎을 꿇고 손에 키스하며 사랑의 고백을 한 다음 팬과 함께 중앙의 계단 무대 뒤로 사라지자 부러움 섞인 탄성이 터져나왔다.
빅뱅의 존재를 널리 알리게 한 히트곡 '거짓말'을 영어 버전으로 선보이자 JCB홀이 흔들릴 만큼 팬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일본 팬들은 '거짓말'의 응원 구호를 한국어로 따라 외쳤다.
빅뱅은 이번 첫 단독 공연에서 비트가 강한 댄스곡과 R&B 등을 적절하게 선곡해 강약을 조절하며 다양한 음악성을 맘껏 펼쳐보였다. 특히 유창한 일본어로 재치 넘치는 토크를 섞어가며 분위기를 이끄는 등 철저하게 준비된 실력파임을 증명해 일본의 음악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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