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내한공연 앞두고 이메일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다이안 슈어(Diane Schuurㆍ54)는 현재 활동하는 재즈 여가수 중에서 최고의 가창력을 갖춘 '디바'로 꼽힌다. 시각장애를 딛고 펼치는 풍부한 감성의 음악은 청중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4월 하순 내한공연을 펼치는 그는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관객의 반응을 뼛속까지 느낄 수 있다"며 "공연에서는 재즈에 담긴 나의 음악적 뿌리를 선보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힘있는 고음 처리로 유명한 그는 출생 직후 인큐베이터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10살 때 대중 앞에서 첫 공연을 펼치는 등 어려서부터 노래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백인임에도 흑인 특유의 감성을 잘 표현해 대중의 감성을 사로잡았다.
1975년 몬트레이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선 것을 계기로 프로 뮤지션의 길에 접어든 그는 1982년 백악관 공연으로 이름을 얻었다. 거장 스탄 게츠가 참여한 '타임리스(Timeless)'로 1986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상을 받았고, 1987년 명반으로 꼽히는 '다이안 슈어 & 더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Diane Schuur & The Count Basie Orchestra)'로 다시 한번 그래미상을 거머쥐었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비비 킹과 함께 한 '하트 투 하트(Heart To Heart)' 등 수작을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신작 '섬 어더 타임(Some Other Time)'을 발표했다. 4월17일 서울여성플라자 공연을 비롯해 대구문화예술회관(18일), 서울 LG아트센터(20일), 부산 KBS홀(21일)에서 무대를 꾸민다. 이하 일문일답.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전후해 한국 공연을 갖는다.
▲이런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 나는 미국에서 장애인을 위한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미 있는 날을 맞아) 관객에게 내 음악을 전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벅차다.
--공연 레퍼토리는.
▲올해 공연 무대에서는 '섬 어더 타임'의 수록곡을 주로 소화하고 있다. 이 음반은 조지 거슈인 등 위대한 작곡가들이 만든 곡들을 담고 있다. 공연에서는 재즈에 담긴 나의 음악적 뿌리를 선보일 것이다.
--재즈 싱어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컨트리 싱어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나는 컨트리 싱어로 경력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컨트리 음악의 팬이셨던 아버지가 내 목소리를 컨트리 장르 관객에게 맞춰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는 재즈를 좋아한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신작에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들은 음악들을 담았다.
--당신은 앞을 보지 못한다. 관객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나.
▲실제로 나는 앞을 '보지는' 못한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내가 노래하고 피아노를 칠 때면 관객에게 무언가를 돌려준다는 느낌이 든다. 또 나는 관객의 반응을 뼛속까지 느낄 수 있다. 마음으로 관객을 포용한다.
--시각 장애를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가족과 떨어져 시각장애인을 위한 주립 기관에서 교육을 받았다. 홀로 살아가기 위한 여러 훈련을 받았고, 어려서부터 정규 음악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경험 덕분에 나는 여러 가능성에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앞은 보지 못하지만 음악이 나에게 빛을 줬다는 점에 감사한다.
--거장 스탄 게츠 등과의 협연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1985년 할리우드 팰리스라는 곳에서 연주한 적이 있다. 나와 스티비 원더를 그 연주회에 초대했고, 우리는 '유 아 더 선샤인 오브 마이 라이프(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를 소화해 관객이 열광했다.
--역할 모델이 있나.
▲다이아나 워싱턴이다. 특히 내가 어렸을 때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워싱턴이 1950년대에 보여준 파워에 경외심을 갖고 있다.
--종종 거장 엘라 피츠제럴드와 비교되곤 한다.
▲그는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퀸'으로 군림했다. 그와 비교되는 것은 무척 영광된 일이다. 그와 함께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하지만 그는 그고, 나는 나다. 나는 내 어머니가 지어준 별명인 '디들스(Deedles)'로 불리기를 바랄 뿐이다.
--음악 속에 대중적인 코드를 잘 활용하는 것 같다.
▲그렇다. 나는 팝 음악을 좋아하고, 팝 음악 작곡가들이 만든 작품을 불렀다. 하지만 나의 뿌리는 언제나 재즈에 있다. 재즈의 프레이즈를 활용해 팝송을 해석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1982년 백악관 공연을 펼쳤다.
▲스탄 게츠와 함께 백악관 공연을 했다. 나는 무척 긴장했다. 그러자 게츠는 노래 부르는 집의 색깔이 흰색이든 파란색이든 무슨 상관이냐며 놀려댔다. 정작 노래를 부를 때는 당시 대통령인 레이건은 정부 업무가 생겨 자리를 비웠다. 그래서 나는 긴장하지 않은 채 대통령 부인과 부통령을 위해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역경을 딛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한다면.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믿는다면 그 일이 비록 어려워 보일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야 한다. 최선을 다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문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나.
▲사실 나는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한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이며 재즈 팬이 많은 나라라고 알고 있다. 아름다운 전통 의상으로도 유명하지 않나. 그 의상을 만져 본 적이 있는데 무척 화려하다는 느낌이었다. 종종 한국 음식을 즐긴다. 그런 음식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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