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영훈 음악회, 명곡의 생명력은 강했다>

이문세 연출로 동료 음악인 참여해 추모

(서울=연합뉴스) "묵묵히 제 뒤에서 피아노를 쳐주던 (이)영훈 씨가 오늘은 제 뒤가 아닌 앞에 선, 주인공입니다."

오프닝 무대에서 밝은 미소로 작곡가 고(故) 이영훈을 소개했던 이문세는 앙코르곡 '광화문연가'를 부르며 끝내 붉어진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눈물을 참으려고 입술을 지그시 깨문 그는 오선지로 교감한 20여 년의 세월을 되감으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2월14일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영훈 헌정음악회 '광화문연가'가 27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문세의 연출로 정훈희ㆍ한영애ㆍ김장훈ㆍ이승환ㆍ윤도현ㆍ이적ㆍ성시경ㆍSG워너비ㆍ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성악가 박인수 등 동료 음악인들이 차례로 이영훈의 명곡에 입맞춤했다. 육완순 무용단, 탭댄스를 추는 뮤지컬 배우, 이영훈의 팬클럽 10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무대에 풍성함을 더했다.

공연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생각은 시공간을 초월한 명곡의 끈질긴 생명력.

젊은 날을 이영훈의 노래로 위로받은 30~40대 팬들은 때론 슬퍼하다, 때론 박수치며 감정을 순환시켰다. 세월의 흐름에 잠시 망각했을 뿐, 멜로디 사이에 박아 둔 기억들은 꽤 싱싱했을 터.

공연 전반부는 '난 아직 모르잖아요'(이문세), '소녀'(성시경), '시를 위한 시'(이적), '기억이란 사랑보다'(정훈희) 등 슬픔의 정서를 탁월하게 풀어내던 이영훈의 영혼을 고스란히 담았다. 고교 시절 이미 '소녀'란 곡을 습작했던 그는 여리고 감동을 잘 받는, 시인을 꿈꿨던 작곡가였다고 한다.

인상적인 장면은 많은 가수들이 노래하겠다고 탐냈던 '옛사랑' 무대. 전제덕의 하모니카, 노영심의 피아노, 이문세의 기타가 협연하는 가운데 영화배우 안성기가 등장, 수줍게 노래해 큰 박수를 받았다.

안성기는 "생전에 이영훈 씨와 깊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분이 남긴 음악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소감을 전했다.

후반부에선 공연의 귀재인 김장훈ㆍ이승환ㆍ윤도현이 올라 분위기를 '업'시키는 소임을 다했다. '깊은 밤을 날아서'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 '붉은 노을'이 이어지자 객석은 들썩이며 흥겨운 분위기로 전환됐다.

그러나 코끝 찡한 순간은 한번 더 찾아왔다. 탤런트 박상원이 친구 이영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던 순간. "공연 끝나면 삼겹살에 소주 폭탄주 한잔 건넬게. 친구야, 오늘 보고 싶다"는 말에는 깊은 그리움이 배어 있었다.

이날 객석에는 선배가수 패티 김이 자리했고, '광화문연가' 노래비를 서울 정동길에 건립하는 데 뜻을 모아준 오세훈 서울시장도 관람했다. 오 시장은 "(정동길은) 이영훈 씨의 대표곡인 '광화문연가'를 떠올리기에 좋은 장소"라고 설명했다.

귀가 길, 광화문을 걷다보니 영상과 흐르던 이영훈 육성의 '깊은 밤을 날아서 2'가 계속 귓가를 맴돈다. 동료들이 차려준 밥상에 감동한 그가 광화문 한복판서 휘파람을 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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