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곡가 최종혁씨, 노래로 한글보급 나서>

'한글배움터' 카페 개설, '한글을 노래하는…' 창단

(연합뉴스) "(1992년 등장한) 서태지와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새로운 가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음을 인정했어요. 더이상 대중음악을 고집할 힘이 없어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떠나기로 했죠."

윤시내의 '열애',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유열의 '이별이래', 김종찬의 '당신도 울고 있네요' 등 1980~1990년대 주옥같은 히트곡으로 가수와 대중의 사랑을 받은 작곡가 최종혁(62)씨.

서태지의 등장으로 그는 대중음악계를 떠나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3년 뮤지컬 '동숭동 연가'를 시작으로 1997년 '빅토르 최'로 뮤지컬 대상 음악상을 수상했고 '정글북' '한여름 밤의 꿈' '어린왕자' '헤라클라스' 등 10여년 간 수십편의 작품을 통해 뮤지컬계의 거목으로 우뚝 섰다.

6년 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도평리 작은 시골 마을로 이사해 초야(草野)에 묻혀 사진을 찍고 음악 작업을 하던 그의 의미있는 행보가 포착됐다.

그에겐 숙원처럼 "내 음악을 통해 낙도, 농촌, 산간벽지 등 문화 소외 지역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목표와 신념이 있었고 인터넷을 통해 길을 찾았다.

초등학교 교사 겸 뮤지컬 작업을 함께 해온 작가 이응률 씨와 손잡고 지난해 12월29일 포털사이트에 '안고업고 한글배움터(cafe.naver.com/hangeulhangeul, 이하 한글배움터)'란 카페를 개설했다. '노래로 배우는 한글'을 첫 사업으로 한글 보급 운동 전도사로 나섰다.

이씨가 노래 가사를 만들고, 최씨는 가사에 곡을 붙여 한글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취학 전 아동, 외국인 노동자와 교포, 노인층)이 즐거운 노래로 쉽게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지금껏 영어와 일본어의 영향으로 인해 굳어진 '통문자식 한글교육'이 아니라 세종대왕의 '자음과 모음의 모아쓰기'에 주안점을 두고 제대로 된 한글 교육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글배움터가 펼칠 주요 사업은 동요ㆍ연극과 뮤지컬 등 한글교육 콘텐츠 보급, 한글사랑 등 지역축제 개최, 노래로 배우는 한글 교재 출판 등 다양하다. 10월 세종대왕 기념관에서 '세종의 얼, 한글' 행사 및 공연도 펼칠 예정이다. 이미 카페에는 별도의 홍보없이 약 1천명의 회원이 가입해 고무적이란다.

최씨는 전교생이 98명인 여주의 시골 초등학교 아이들로 구성된 '한글을 노래하는 아이들'이라는 모임을 꾸려 이곳에서부터 전국적으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뚜아에무아 3기로 5년간 활동한 후 솔로로 나선 가수 김은영이 한글 노래를 지도하며 일선에 나선다.

4월19일 경기도 여주군 흥천면에 있는 문장초등학교 삼봉관에서 '한글을 노래하는 아이들'과 함께 한글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시간을 마련한다. 뮤지컬 '어린왕자' 출연진과 김은영, 김성봉, 아일리 등의 가수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가 작곡한 '세종대왕님께서 한글을 만드셨다' '재미있는 한글 여행 가나다라' '모양말 소리말 가갸거겨' 등 한글 노래를 배울 수 있다.

'노래로 한글을 가르치고 전파하는 것이 목표'인 한글배움터의 활동은 영어의 중요성이 부각된 현시점에서 매우 가치있는 일. 나아가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한글의 위대함을 해외까지 알리겠다는 큰 뜻이 담겨있다.

"한글 보급 용도로 만들어진 음악극, KBS 'TV 유치원' 음악 작곡 시절 만든 동요, 이미 공연한 어린이 뮤지컬을 들고 산간벽지, 빈민촌, 보육원 등 열악한 환경과 외국 등지를 다니며 한글을 알리고 싶습니다. 이것이 저의 오랜 꿈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그는 반갑게도 수년 만에 대중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윤시내가 2월 발표한 음반에 '포옹' '다 그렇게 사는거지' '누구나 세월이 가면' 등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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