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경축! 우리 사랑'서 21살 연상녀와 열애
(연합뉴스) "아줌마를 사랑한 거, 이상하지 않았어요. 여든 살 할머니와도 사랑에 빠졌는데요, 뭘."
영화 '경축! 우리 사랑'(감독 오점균, 제작 아이비픽쳐스)은 제작비 7억 원 규모의 저예산 영화. 하지만 영화의 상상력은 블록버스터급 못지않다. 영화의 핵심은 생활에 찌든 51살의 평범한 아줌마가 30살 젊은 남자, 그것도 자신의 딸과 결혼할 뻔했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 뒤늦게, 혹은 처음 찾아온 사랑의 설렘을 맞이하는 봉순 역은 김해숙이, 그가 사랑하는 젊은 남자 구상은 김영민(37)이 맡았다.
김영민은 연극 '에쿠우스' '청춘예찬' '햄릿',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잔혹한 출근' '아주 특별한 손님' 등에 출연하며 폭넓은 연기를 펼쳐보였다.
무려 21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사랑에 빠지는 남자. 파격적인 설정을 담고 있음에도 극은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배우들은 한껏 진지한 연기를 펼치는데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
김영민은 '어마어마한' 연상녀를 사랑한 경험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에는 연극 '19, 그리고 80'에서 80세의 유쾌한 할머니 박정자와 사랑에 빠지는 19살 청년 모드를 연기한 적이 있는 것.
구상은 순진하기 그지없다.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가 떠난 뒤 방황하다 그의 어머니 봉순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 하룻밤으로 봉순이 임신하고 끝내 그 아이를 지키며 그에게 헌신하자 구상도 진심으로 봉순을 사랑한다.
그는 "아무리 연기라 해도 나이 많은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게 쉽지 않은 일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가 뭔가 덜 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덜 떨어졌다는 게 아픔이 있다는 거예요. 구상이는 고아예요. 가족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강하죠. 내성적인데 막상 큰 사고를 쳐놓고 나서는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만약 제 연기가 괜찮았다면 그건 무엇보다 김해숙 선배님이 마음으로 저를 받아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어 김영민은 김해숙과 호흡을 맞추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며 고마워했다.
"선배님과의 눈빛에서 '주고받는' 느낌이 생겼어요. 선배가 제 입술을 만지는 장면이 있는데 어찌 보면 굉장히 야한데 관객은 웃으며 받아주시더군요. 선배님이 상처를 갖고 있는 봉순이로 접근했기 때문일 거예요.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한 노여배우가 '지금까지 출연작 중에 내가 이 배역을 맡아 잘살았다는 장면은 4~5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어요. 그땐 '이 대배우도 이런데 나는 어떡하지?'라 걱정했는데 이번 김해숙 선배와의 연기에서 하나 정도는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극 무대에서 줄곧 활동해와 눈빛이 강렬하고 발성이 너무 또렷했던 김영민은 이 영화에서 힘을 뺐다. 이제 자연스러운 톤으로 자신의 연기를 조절하는, 한 단계 뛰어오른 연기력을 갖게 됐다.
"연극을 많이 해서인지 TV나 영화에서 더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하는 게 숙제였어요. 발성과 테크닉이 다르니까요. 제 몸에 배어 있는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관객이 그렇게 봐주신다면 정말 고맙죠."
시사회에는 김해숙이 합류하는 '박쥐'팀의 박찬욱 감독, 송강호 신하균이 응원왔는데 박 감독과 송강호는 내내 큰소리로 웃으며 영화를 즐겼다.
"박 감독님이 영화 보고 술 한잔 하러 가자고 하셨어요. 물론 김해숙 선배님 때문이었겠지만. 그 자리에서 강호 형이 칭찬을 많이 해주시더군요. 쑥스럽기도 했지만 좋았죠."
이번 영화에서 김해숙, 기주봉 등 선배들에게 참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는 "어떤 작품, 어떤 감독을 만나도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내 목소리를 찾는 것을 연기의 화두로 삼고 있다"고 진지하게 말한다.
김영민은 현재 두산아트홀에서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5월5일까지)을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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