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 "인생 방정식에 정답은 없다"

6년 만에 낸 8집 타이틀 곡명은 '답'

(연합뉴스) "뭐라그러노" "그럼 니는…"

부산이 고향인 강산에(본명 강영걸ㆍ45)에겐 고향 사투리가 남아있었다. 30초당 두세 문장을 말하는 느릿한 말투 속에, 때론 말문이 막히면 "뭐라그러노"라며 또 한 템포를 쉬었다. 질문의 답에서 한참 멀어졌다가 차근차근 다시 돌아오는 여유에는 어눌함이 묻어났다.

비릿한 흙냄새 나는 작은 마당에 장독 묻고 살 사람 같다는 말에 "전원생활이 꿈"이라며 "나무도 많고 마당도 있고. 없는 사람이 시골 산다지만 요즘은 있어야 산다"며 털털한 웃음을 짓는다. 아마도 '라구요' '명태' '와그라노' '할아버지와 수박' '예럴랄라' 같은 정감 어린 곡들로 존재를 붓 터치한 덕택이리라.

6년 만에 낸 8집에서도 일상의 소소함을 끄집어낸 방식은 변함이 없다. 8집 제목이 '물수건'인 것도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때 찾은 일본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이 지금에서야 발현된 덕택이다.

"아내(일본인 다카하시 미에코ㆍ43)를 만나 (일본에) 가게 됐죠. 다른 문화권을 접한 순간인데 비행기를 타는 때부터 감동이었어요. 약 20년 전이니까 그때 우리는 음식점에 물수건 문화가 없었죠. 일본 음식점에서 쟁반에 나오는 오시보리(물수건)를 받아들고 '아! 내가 대접받고 있구나'란 걸 느꼈죠. '참 좋다~' 생각했어요."

마음 속 깊이 메모해 둔 '오시보리'를 어느 날 문득 노트에 적었고, 은근히 삭힌 끝에 세상에 내놓은 것. 강산에는 팬들에게 정성스레 준비한 물수건을 내놓는 마음으로 음반을 마련한 셈이다.

평범한 세상살이 가운데 소재를 콕 집어 음반에 담아내는 그의 관찰 카메라는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저도 많이 지나쳐요. 결과적으로 노래로 만든 것은 그나마 제 마음에 걸린 것들이죠. 아내, 친구, 후배를 보면서 놓치는 게 태반이라는 걸 상대적으로 알게 되요. 평상시 매일 흘리고 있다가 한두 개 걸린 것들을 붙잡고 음악합니다. 하하."

사실 공백기 6년 사이, 놀았던 건 아니다. 그사이 일본 음반제작사의 요청으로 음반 발매를 준비하던 중 담당 회사가 부도를 내 이른바 '엎어지는' 경험을 했다. 1992년 가수로 데뷔하고 1994년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일본을 찾았을 때 음악인의 조건들, 시스템을 보면서 언젠가 그곳에서 음반을 발표하고 싶은 꿈을 꿨는데 아쉽다. 그래서 그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당시 국내 히트곡을 일본어로 개사해 부를 생각은 없었고 일본어로 부른다면 새로 쓴 곡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의 사과' '내 여자' 등 일본어 곡을 4~5곡 썼는데 결국 8집에서 빛을 보게 됐다.

그런데 우리말을 전혀 모르는 그의 외국인 친구들이 삐뚤 빼뚤 가사를 써놓은 8집 재킷을 보다 보니 일본어 곡이 눈에 띈다. '사스가 카스가(역시 하찌)'로 그룹 하찌와TJ의 멤버 하찌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았다.

"제가 음악하고 있지 않던 1987년, 하찌 주변인의 주변인으로 알게 됐어요. 그 사람은 한국의 사물놀이에 반해 꽹과리를 배우러 왔다가 한국서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죠. 나중에서야 서로 음악 하는 사람인 걸 알았고 음악적인 인연은 3집부터 시작됐어요."

더욱 끈끈한 인연으로는 동반자인 아내가 있다. 2집 때부터 작사에 참여한 아내는 이번에도 타이틀곡 '답'과 '눈물 핑' '낮잠' 등 네 곡에 노랫말을 선물했다.

"'넌 할 수 있어'는 아내가 가사를 일본어로 쓴 다음 한국어로 개사한 겁니다. 아내는 하우스 키퍼(Housekeeper)죠. 살림하면서 옆에서 저를 보조해줘요. 항상 저를 디렉팅 해왔습니다. 하하."

아내의 손을 탄 노래 '답'은 우리에게 복잡한 정답만을 요구하는 틀에 박힌 고루한 세상에 대한 바람이 담겼다. 그는 꿈꾸는 세상에 대해 얘기하며 '관계'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근본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각자 행복했으면 좋겠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고. 우린 관계를 이루고 있죠. 관계라는 게 사이가 좋을 때 행복해지죠. 그게 방정식처럼 딱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각자의 답이 있지 않을까요? 전 다름을 이해하며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이해하면 차별도 안 하게 되고요."

풋풋하게 겉저리한 그의 음악과 달리, 요즘 쏟아지는 '콘셉트 형' 음악이 사랑받는데 대한 아쉬움도 있으리라.

"예전에는 남의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어요. 문득 '그래봤자, 그럼 니는'이란 생각이 들었죠. 각자 자기만의 답과 가치관을 찾아가는 겁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어떤 음악이든 다르게 감동을 줄 수 있어요. 저 역시 편견을 갖고 있었던 부분이 어느 순간 깨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으니까요."

그는 "공식대로 라면 2곱 하기 1은 2"라며 "무조건 시간을 많이 들일 경우 음반이 좋고, 많이 팔린다는 공식이 있다면 시간을 무한정 들이겠다. (좋은 반응을 얻은) 4집은 한 달 만에 만들었다. 짧게 생각해본 세상은 공식적인 것이 아니더라"는 가요계를 통해 체득한 교훈도 덧붙인다.

자신을 '굉장히 관념적인 이상만 좇는 사람'이라고 평한 강산에는 예전에는 볼 수 없던 것, 느끼지 못한 건, 간과한 것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돌아보니 관계하고 있던 모든 사람, 사물이 감사하더란다.

강산에는 8집 발매를 기념해 4월2~20일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상상마당 라이브 홀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에는 윤도현, 김C, 강채이, 하찌와 TJ, 이상은 등이 지원군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관람료 3만5천 원, ☎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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