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그리스’

더 화려하고 신나게  돌아온 젊음의 무대  /  최신 ET춤 등 볼거리…음향에 파묻힌 목소리 ‘아쉬움’

“활기 넘치고 즐거움을 선사한 폭발적인 뮤지컬이었지만 어딘지 부족함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지난 25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막이 오른 뮤지컬 ‘그리스’. 이날을 시작으로 다음달 6일까지 이어질 이 공연은 청춘 남녀 관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이성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까지 마련돼 주목을 받았다.

1972년 초연된 이후 서른여설 살이 된 뮤지컬 그리스가 경기도에 상륙해 관객들과의 교감을 이뤘다.

이날 공연은 40대에겐 향수가 느껴지는 제임스 딘, 잉그리드 버그먼 등을 무대장치로 활용해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흥겨운 음악과 노래로 무대를 들썩이게 했다. 하지만 투어의 첫 날 공연이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서울 공연에서 볼 때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새롭게 시도한 이번 이벤트에 비해 사실 공연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었다. 국내에서만 공연된 지 5년이 지났고, 세계적으로 따지자면 이미 서른여섯 살이나 먹은 뮤지컬 ‘그리스’가 촌스럽거나 너무 오래 되지 않았느냐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아서였다. 이처럼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까닭은 이날 공연이 그동안 이 작품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뒤엎었기 때문이다.

대사 하나까지 2008년식 뮤지컬 ‘그리스’로 거듭 나 있었다. 빠른 스토리 전개 속에 현재 대한민국 10대들이 사용하는 유행어와 은어, 비속어 등까지 생생한 어투들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대사, 동작, 배우들 혼잣말 등도 실제 10대들의 용어를 사용했고 심지어는 댄스파티에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그룹 쥬얼리의 ET춤까지 볼 수 있었다. 다들 TV를 열심히 모니터한 모양이다.

볼거리는 또 있었다. 뮤지컬 ‘그리스’를 장수 레퍼토리로 이끌어 온 이유, 즉 노래였다. 노래를 즐기면서 듣기는 처음인 것 같다. “Tell me more~” 어디서 많이 들은 노래들이 하나 둘씩 튀어나왔다. 제대로 노래를 번역하지 못해 원곡의 느낌이 손상된 경우에 비해 배우의 목소리까지 원곡과 비슷해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노래말도 꼭 필요한 부분만 한국어로 번역해 귀에 익숙한 선율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노래를 먼저 다른 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듣고 뮤지컬을 보니 “이 노래가 여기서 나왔구나” 싶어 뭔가를 알아낸 듯 뿌듯했다. 귀에 익숙한 곡들을 한 곡씩 들으면서 정성 들여 만들어진 공연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귀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다. 노래가 흥겨운 뮤지컬인만큼 음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쩌렁쩌렁 울리는 마이크 소리가 흥겨운 분위기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가끔 너무 심하게 울려 배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특히 터프한 여학생 리지 역을 맡은 홍미옥의 경우 목소리 특성상 고음인 것은 인정하겠지만 너무 크게 울려 귀가 아플 정도였다. 특히 주연배우의 경우 극의 감동을 클라이막스까지 이끌어 가는 노래실력이 요구되나 그러기에는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지적하고 싶다.

또 뮤지컬 전체 분위기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다 보니 대사에 은어나 비속어, 성적인 표현 등도 자주 등장해 어린이들과 함께 보는 가족극으로는 부적합했다. 심지어 남자 배우가 무대 한가운데 서서 바지를 내리고 진짜 엉덩이를 보여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같은 작은 부족함(?)에도 모처럼 경기도에서 본고장의 뮤지컬을 접할 수 있어 좋은 하루였다. 공연 마지막 배우들이 인사하며 부르는 휘날레 부분에서는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성공적이었다. 다음달까지 계속될 이번 공연이 도민들에게 재미와 함께 깊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당부하고 싶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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