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엔 365일 오페라가 있다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각색한 코믹 멜로 오페라 ‘Hello, Mr. 둘까마라’  / 압구정 ’藝 홀’ 1년 장기공연

오페라 하면 으레 큰 무대에 화려한 의상을 입은 베테랑 배우들, 웅장한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멋진 의상들, 화려한 무대미술은 없어도 조명과 좋은 배우들이 있으면 그만인 작지만 큰 오페라 무대가 있다면, 그것도 단 몇차례의 공연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공연하는 오페라 무대가 있다면. 이같은 실험적인 공연이 서울 압구정동의 작은 무대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8시만 되면 펼쳐지고 있다.

㈜서울종합예술 SA오페라단(단장 이영조 국립한국예술 영재교육원장)이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코믹 멜로 오페라로 탈바꿈시킨 ‘Hello, Mr. 둘까마라(예술감독 박원돈)’.

코믹 멜로 오페라 ‘Hello, Mr. 둘까마라’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현대판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극중 사이비 약장수 둘까마라의 이름을 따 붙였다. 지난해 12월 27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8시만 되면 압구정동 예(藝)홀에선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기간도 1년간 장기공연으로 기획됐다.

시대적 배경도 18세기 이탈리아가 아니라 관객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서울 압구정동으로 무대를 옮겼고, 남녀 주인공도 주인과 카페 종업원으로, 대사도 현실과 일치될 수 있도록 이탈리아 원어가 아닌 우리말로 번안해 만들었다. 또한 3시간에 가까운 공연시간을 1시간 정도로 극 의미를 전달하는데 불필요한 요소들은 대폭 축소하고 주옥같은 아리아들을 배치함으로써 관객들이 느낄 지루함을 상당 부분 없앴다.

소극장 무대에 올리는 공연인만큼 배우들의 섬세한 움직임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극중 주인공인 네모리노가 객석 사이에 마련된 카페 계단에서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같은 명곡들은 운치를 더해주며, 배우들도 객석 옆과 뒤쪽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등 공연장 전체가 무대로 탈바꿈한다.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물론 그들의 표정과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어 마치 자신이 오페라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할 정도이며 극중에 판토마임은 물론 깜작 마술공연도 보여줘 더욱 현장감 있는 공연이 되고 있다. 여기에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사랑의 묘약(박카스이지만)’을 팔고 그중 3명을 골라 와인과 식사권을 증정하는 깜짝 이벤트 재미를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특히 이 공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오페라 공연들은 대형 공연이면서도 최대 7~8차례 공연이 전부이지만 1년간 장기공연을 한다는 점이다. 이는 오페라라는 장르를 대중화 해 더 많은 관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고급음악과 고급공연을 보급한다는 취지에서 제작자 함종희 서울종합예술 대표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다른 공연이 하지 못하는 원어를 한국어로 완벽히 소화한 공연이라는 점이다. 극중 욕(?)도 자연스레 나오고 비아냥 거리는 말, 속어들도 심심찮게 나오는등 우리말을 맛깔나게 소화해냈고 우리말로 하면서도 자막처리를 해 테너, 소프라노, 바리톤 등 배우들의 목소리에 묻혀버리기 십상인 극중 대사의 흐름을 짚어내는 것까지 관객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엿보인다./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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