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마술사의 마술 같은 운명 '데스 디파잉…'

(서울=연합뉴스) 참 묘한 영화다. 제목은 '데스 디파잉:어느 마술사의 사랑'. 1920년대 활약했던 실존 마술사 해리 후디니를 내세워 마술보다 더 신비로운 영혼의 세계를 그려내려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내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비밀이 숨겨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를 다소 버겁게 풀어내며 마지막 순간은 허탈하기까지 하지만 극장 문을 나와 곱씹어보면 영혼의 상처를 은근히 어루만져줬다는 생각이 든다.

해리 후디니는 '세기의 수갑왕' '감옥 탈출왕'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유명한 마술사. 영화 첫 장면에 선보이는 수갑과 쇠줄을 풀고 강물을 탈출하는 '강물 탈출 묘기'는 마술 역사상 가장 훌륭한 것으로 꼽힌다.

부단한 노력으로 완성된 마술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탓에 여러 가지 소문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는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캐서린 제타 존스라는 나이 들어도 여전히 매혹적인 여배우가 등장해 마술사의 사랑을 화려하게 그려내지만 실은 어머니의 트라우마가 더 강력하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지닌 듯한 한 성인 남성에게 신만큼이나 절대적이다. 그런 어머니의 죽음은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극한 상황에서의 탈출 묘기로 최고의 마술사로 꼽히는 해리 후디니(가이 피어스 분)는 세계 투어 도중 깜짝 제안을 한다. 어머니의 유언을 맞히는 심령술사에게 1만 달러를 상금으로 내거는 것.

에든버러 뒷골목에서 가난한 생활로 연명하는 메리 맥가비(캐서린 제타 존스)는 딸 벤지와 파트너를 이루는 심령술사다. 말이 심령술사지 사람을 속이는 트릭을 쓰는 것일 뿐. 가난한 그들에게 1만 달러는 어마어마한 거금으로, 벤지가 해리에게 접근해 메리를 해리 앞에 서게 하는 기회를 얻는다.

메리를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은 해리는 자신이 묵는 호텔에 메리 모녀를 머물게 하며 기자들에게 심령술을 보여줄 것이라 공언한다.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마술을 하는 해리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것.

해리의 모든 일들을 처리하는 매니저 슈거맨은 해리가 유난히 메리에게 집착하자 모녀를 경계한다. 실험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지는 메리는 해리의 방을 몰래 찾아 비밀을 찾으려 하지만 해리와 슈거맨에게 들키고 만다.

해리가 심령 실험을 과학적으로 인정받겠다며 미국과 영국 과학협회까지 동원하는 등 계속 몰입하는 모습을 지켜본 슈거맨은 메리에게 해리의 비밀을 밝히며 은근한 제안을 한다. 결국 실험일은 다가오고 온 매스컴이 이 이벤트에 집중한다.

마술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드물지 않다. 마술사들의 음모와 경쟁을 그린 '프레스티지', 사랑을 위해 일생일대의 마술을 펼치는 '일루셔니스트' 등. '데스 디파잉…'도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팩토리 걸'에서 천재 아티스트 앤디 워홀 역을 맡았던 가이 피어스는 조금씩 자신의 연기 영역을 확장해나간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 캐서린 제타 존스는 충실히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낸다.

'어톤먼트'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랐던 '영국의 다코다 패닝' 시얼샤 로넌의 영리한 연기를 보는 맛도 썩 괜찮다.

'작은 아씨들'을 연출했던 오스트리아 출신 여성 감독 질리언 암스트롱은 남자 마술사를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다분히 여성성(아름답고 유약하다는 뜻이 아니다)을 강조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미국보다 앞서 한국에서 27일 세계 최초로 개봉하며, 홍보를 위해 캐서린 제타 존스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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