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300회 소극장 투어 스타트
"무대는 어린 날 꿈 펼치는 실험장"
(서울=연합뉴스) "왜 이렇게 힘들게 사나요?"
다짜고짜 물은 첫 질문에 김장훈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반응했다.
"제가 봐도 발악 같고 변태 같아요. 낄낄."
벌어들인 수익마다 기부하고,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아 연이어 서해안을 찾더니 이젠 2년간 300회의 소극장 투어 '김장훈 원맨쑈'를 펼친다. 매사에 살아도 너무 열심히 산다. 특히 공연 얘기만 나오면 여러 시간을 봇물 터지듯 일장(一場) 연설을 한다.
이번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공연하기 위해 밴드와 함께 이동할 투어 버스를 구입했다며 버스의 높은 활용도까지 신이 나서 설명한다.
왜 그는 공연에 이토록 목을 매는 것일까.
"2002년 와이어를 달고 공연장을 날다가 추락해 어깨에 철심을 박았는데 그러고서 33일간 공연했어요. 어깨가 아파서 잠도 못 잤고 발성도 안돼 금세 지쳤는데 열흘이 지나니까 무아지경이 되더라고요. 1998년 사랑하는 어린 가족을 하늘로 떠나보냈을 때도 노래했어요. 그때 '아 무대는 다른 세상이구나'라고 느꼈죠."
이때 가수는 아프면 아픈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노래하는 직업이란 걸 깨달았다. 보통 사람이 겪기 힘든 일에 부서지고 이겨내며, 무대에서 모든 힘을 쏟아내 '0'으로 만들고 다시 채웠다가 또 '0'으로 만들 때의 카타르시스를 몸에 익혔다.
유독 김장훈은 무대 연출에 엄청난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는데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무대는 그에게 어린 시절 상상의 나래를 현실에서 발현하는 실험과 도전의 장이다.
7~10살 기관지 천식과 악성 빈혈로 병원에서 살며 하늘을 날고 싶었기에 와이어를 달고 공연장을 날았고,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고 꽃길을 달리고 싶어 떨어진 두 무대를 자전거로 이동했다. 현실화를 위한 기술적인 방법도 그가 직접 찾았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의 오준호 교수는 "김장훈 씨는 진짜 과학자다. 엔지니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김장훈은 "나의 연출은 어린 날의 꿈의 실현"이라며 "공연을 준비할 때면 어린 날을 세 번씩 정리하는 것 같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삶이 묻어 있다. 언젠가 내가 다리를 연결해 2층 객석으로 뛰어들었는데 어린 시절 외톨이여서 사람들에게 섞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웃는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을 정도"라며 웃었다.
또 "어린 시절 기계를 분해했다가 조립하거나, 배로 변하는 차를 노트에 그리곤 했다"며 "배가 될 때 어떤 부분이 돛이 되고 바퀴는 어떻게 변신할지 고민했다. 난 가수지만 공연 준비를 할 때는 과학자라고 생각한다. '공연 과학자'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소 즐겨보는 공연 DVD는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아니라 이벤트보다 뮤지션의 가창과 연주, 춤이 자연스레 연출이 되버리는 오지 오스본, 쿨&더 갱의 무대다.
"1천 석 안팎의 소극장 공연을 좋아하는 것도 저의 표정과 순발력, 관객의 반응까지 자연스럽기 때문이죠. 엄청난 이벤트를 원하는 사람은 차라리 유명 서커스를 보러 가겠죠. 만약 인간 김장훈을 알고 싶다면 제 장점이 가장 잘 표출될 소극장이 제격입니다."
김장훈은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는 첫 질문에 대한 답을 마지막에 내려줬다.
어느 날 눈을 감았는데 공황 장애 때문에 너무 답답했다고 한다. '만약 지금 죽었고 육신은 떠났는데 정신이 남아서 떠다니면 어떡하나'란 생각에 이틀을 연이어 밤을 새웠다. 살다가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벽돌을 쌓다보니 공연, 기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벽돌이 올라갔다. 그리고 지금도 그 여정이다.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이라고 했어요. 전 힘이 들 때 어제, 오늘, 내일 3단계 이론을 펼칩니다. 어제 힘든 일은 내일이 되면 웃을 수 있으니 오늘 미리 웃자는 거죠. 과거 여자친구와 헤어질 때는 숨을 못 쉴 정도로 아팠지만 이제는 잊혀지는 게 슬플 정도잖아요."
그는 "무대에 못 올라갈 때 음악 활동을 다 접을 것"이라며 "난 무대에서 관객을 보며 그 순간에 올인 하는 철저한 대중가수다. 자꾸만 히트곡을 갖고 싶은 것도 모바일 판매 수익이 아니라 어떤 현장에서든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장훈 원맨쑈'는 14~16일 경기도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을 시작으로 21~23일 대전 우송예술회관, 28~30일 광주 5ㆍ18 기념 문화회관, 4월4~6일 대구 봉산문화회관, 4월11~13일 경기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4월18~20일은 강원도 원주MBC홀, 4월26~27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을 거쳐 7월18~20일 부산 경성대학교 콘서트홀, 8월께 서울 공연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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