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늘 머리에 단단한 은색 헬멧을 쓰고 몸에는 치렁치렁한 옷을 여러 겹 걸쳐 입고 다니는 엉뚱한 소녀 다마코는 인생 최대 위기에 부딪힌다.
위기란 엄마가 새파랗게 어린 다마코의 소꿉 친구와 재혼하게 된 일도, 차량 정비공인 아빠가 예술가의 길을 걷겠다고 미국 뉴욕행을 선언한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나뿐인 남동생이 엄마의 친구로부터 자극받아 금남의 영역인 버스 안내원이 되겠다고 도전장을 던진 일도 아니며 침대 밑에서 키워 오던 고양이가 사라져 버린 일도 아니다.
다마코가 삶의 전쟁터에 내던져졌음을 깨닫고 투지를 불사르게 된 계기는 동네 빵집 할아버지가 병으로 입원하면서 이 빵집의 명물인 꿀빵을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된 일이다. 이 빵집 저 빵집을 헤매도 그 꿀빵과 같은 맛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일본 신도 가제 감독이 연출한 '달려라! 타마코'는 자기 색깔이 분명한 영화다. 무표정한 얼굴로 큰 눈을 껌뻑이는 엉뚱한 '4차원적' 소녀가 오로지 꿀빵의 맛 하나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자기에게 주어진 도화지를 알록달록 예쁘게 색칠하는 데 주력한다.
교훈은 평범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찾아 힘껏 달리라는 것. 장밋빛 전망도 선명하다. 소녀가 코믹한 분위기로 온몸을 내던지며 고민을 척척 해결해 가는 모습은 거의 '무릎팍도사' 수준이다.
그러나 발랄함과 상큼함, 유쾌함만큼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영화는 스크린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심오한 인생의 비밀을 찾으려는 자세를 비웃기라도 하듯 천연덕스럽게 제 길을 성큼성큼 걸어간다.
편안한 마음으로 다마코의 행진을 지켜본다면 100분 동안 달콤한 솜사탕 하나를 잘근잘근 뜯어 먹은 듯한 둥글둥글한 기분으로 극장 문을 나설 수 있을 듯하다.
신인 배우 야마다 마이코가 엉뚱하지만 깜찍한 다마코 역을 맡았으며 '기쿠지로의 여름' '비밀'에 나와 낯익은 배우 기시모토 가요코가 엄마 역을 맡았다. 또 '쉘 위 댄스' '워터보이즈' '으랏차차 스모부'로 유명한 다케나카 나오토가 아빠 역으로 이번에도 감초 연기를 선보인다.
전체 관람가.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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