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찰리 채플린은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이었어요. 아웃사이더였죠. 채플린이 굳이 그 사회 속에 들어가는 걸 원한 건 아니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그는 그 속에서 생존하려 했습니다."
칼 데이비스(Carl Davis.71)는 채플린과 그의 영화에 완전 심취돼 있는 미국 출신의 유명한 영국 작곡가겸지휘자다. 그가 14일부터 3일 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려질 '헬로우, 채플린 오리지널 필름 페스티벌' 연주의 지휘를 위해 서울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는 '도시의 불빛(City LIghts)'이나 '모던 타임스' 등 채플린의 무성영화에 자신이 편곡한 음악의 옷을 입히는 특별한 라이브 공연으로 큰 명성을 떨치고 있다.
10일 서울에 도착한 직후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14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그가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의해 선보이는 페스티벌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매우 독특한 경험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채플린 영화를 비디오나 TV 등의 작은 스크린을 통해서 보죠. 그러나 무대 전면을 가득 채운 대형스크린에 그의 무성영화가 펼쳐지면서 무대에서 오케스트라가 영화의 이미지를 표현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관객들은 전혀 새로운 면모의 채플린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예를 들어 '도시의 불빛'에서 채플린이 돈을 벌기 위해 권투선수가 돼요. 그런데 링 안에서 상대방의 주먹을 피하기 위해 도망가는 모습이 배꼽을 잡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는 무대 위에서 연주자들이 미친 듯이 연주를 하고 있는 거죠. 관객들의 웃음 속에 파묻혀 연주소리가 제대로 들리지도 않지만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재미있는 겁니다."
이번 서울공연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무대 뒤에서(Behind the Screen)'와 '황금광 시대(The Gold Rush)'(이상 14일), '치유(The Cure)'와 '도시의 불꽃'(15일), '모험(The Adventure)'과 '모던타임스'(16일)다. 이중 '무대 뒤에서', '치유', '모험' 등 세 단편은 국내에서 전혀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다. 채플린 영화 팬들에게는 관심거리가 될 만하다.
데이비스는 서울 공연이 끝난 후 곧바로 마카오에 가 같은 공연을 하며 호주 멜번에서 007 제임스 본드 음악연주회를 가진 데 이어 자신의 고향인 뉴욕 브룩클린의 프로스펙트 파크에서 채플린 영화음악을 들려줄 계획이다.
그는 무성영화 외에 '벤허', '오페라의 유령', '오만과 편견' 등 무성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의 영화음악을 만들어 발표했다. 이번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하게 되는 작품은 2003년 데이비스가 런던로열페스티벌홀에서 런던픨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전회 매진의 성황을 이뤘던 것이다. 그는 또 런던현대무용단, 새들러스웰스발레단, 잉글리시내셔널발레단의 위촉으로 많은 무용곡을 작곡했으며 런던필하모닉, 로열필하모닉, 할레 등 주요 관현악단의 객원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부인은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 배우 진 보트(Jean Boht).
데이비스는 출국하기 전 한국 도자기를 꼭 하나 사고 싶다며 인터뷰 도중에 한국 문화에 대해 친근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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