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일본의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소재로 해 중국 영화감독 리잉(李纓)이 제작한 영화 '야스쿠니'에 대해 일부 극우파 자민당 의원들이 시사회를 요구해 '사전 검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오는 4월 일반에 개봉 예정인 이 영화에 대해 '반일적이다'라는 시각을 가진 일부 자민당 의원이 문화청을 통해 시사회를 가질 것을 요구했다.
앞서 일부 주간지에서 이 영화에 난징사건 관련 사진이 들어가 있는 점 등을 들어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 "반일영화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배급사 측은 "특정 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부자연스런 시사회는 응하지 않겠다"고 반발, 결국 전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시사회로 성격이 바뀌었다. 시사회는 12일 열릴 예정이다.
시사회를 주도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의원은 "객관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의원으로서 미리 영화를 보는 것은 일종의 국정조사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는 일본 정부 출자 기금의 하나인 예술문화진흥기금에서 지난 2006년 750만엔이 지원됐다.
이에 대해 배급사인 '아르고 픽처'는 "사실상의 검열이다. 평가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문제다"라고 반발했다.
논란이 확산 조짐을 보이자 이나다 의원은 "표현의 자유나 영화 상영을 제한하기 위한 의도는 없다. 다만 보조금 지불 방식 등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 의원으로서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냐"라고 한발 물러섰다.
리잉 감독은 "이 영화가 반일 영화라고 단정하는 것은 협량한 반응이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찬반을 떠나 표현한 만큼 작품 자체를 기준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영화는 군대용 칼인 '야스쿠니도(靖國刀)'를 만들어온 칼 공예 장인의 전쟁과 신사를 둘러싼 복잡한 생각을 축으로 전개된다.
영화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당시 군복 차림으로 도열해 참배하는 남성들의 모습, 또 성조기를 흔들며 고이즈미 전 총리를 환영하는 미국인의 모습에 대한 참배객들의 반응도 나온다.
리잉 감독은 지난 달 11일 도쿄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일본인이 이 영화를 보고 무언가를 생각하길 바란다. 이 영화는 반일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오히려 일본에 대한 러브레터다. 고이즈미 전 총리도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라고 말한 바 있다.
리잉 감독은 1989년 자유로운 영화 제작을 하고 싶다며 일본으로 건너온 이후 일본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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