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무게감 있는 전기물 '어메이징…'

(연합뉴스)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사랑받는 찬송가를 제목으로 내세운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국내에서도 종교적 색채를 중심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종교영화보다 역사 전기물에 가깝다.

주인공은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생소한 윌리엄 윌버포스라는 영국 하원의원이다. 그는 18세기 영국에서 노예무역을 금지하기 위해 앞장섰던 인물로, 영화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분투하는 그의 활동상을 성실하게 그리고 있다.

윌리엄 윌버포스(이안 그루퍼드)는 타고난 정치적 재능으로 21세의 젊은 나이로 하원의원에 당선된다. 20대 후반 들어 그는 정치인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는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해 실제로 행동에 나서 불의와 싸우는 것이 신의 뜻을 따르는 길이라고 믿게 된다. 그는 영국에 만연해 있는 아프리카 노예무역을 금지하고 노예 매매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싸우기로 한다. 그는 뜻을 함께하는 동료와 하원 내외부를 뛰며 행동에 나선다.

그러나 기득권층, 특히 노예무역을 기반으로 한 항구도시의 의원들은 윌버포스의 시도에 강력히 반발한다. 윌버포스는 노예제 폐지 법안을 제출했다가 거부당하기를 반복하지만 정신적인 스승인 존 뉴턴(앨버트 피니) 등 동료와 연인 바버라 스푸너(로몰라 가레이)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계속 마음을 다진다.

영화는 노예제도 폐지를 위해 평생을 보낸 주인공의 굳건한 신념과 영웅적인 행동을 묵직한 분위기 속에 스크린에 담는다. 영국 내부의 정치 상황과 하원 분위기뿐 아니라 미국의 독립전쟁과 프랑스 혁명 등 국제 정세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다. 또 주인공과 반대파가 주거니받거니 하는 정치 전술을 보는 은근한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200여년 전 영국 하원에서의 정치 공방이 현재의 우리나라 국회 모습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후반부에 청중이 영웅인 주인공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그는 죽을 때까지 약자를 위해 몸바쳤다"는 에필로그로 마무리짓는 것은 할리우드풍 영웅담에 가깝다. 그러나 이 영웅의 인간적 고뇌와 외부와의 갈등, 이를 용감히 헤쳐나가는 모습을 차분히 묘사하는 이 영화의 성실한 화법은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라면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영국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마이클 앱티드 감독은 앞서 '로마' '넬' '007 언리미티드' 등을 연출했다. 또 '판타스틱4-실버서퍼의 위협' '킹 아더' '블랙 호크 다운'의 이언 그루퍼드가 주인공 윌버포스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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