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와의 약속 지킨 흑인 엔카 가수>

일본계 미국인 제로 日 데뷔곡 오리콘 4위

(도쿄=연합뉴스) 미국 출신의 흑인 엔카 가수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인 제로(JEROㆍ26)가 3일자 오리콘 차트에서 데뷔곡 '우미유키(海雪)'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엔카 가수의 데뷔곡이 4위에 오른 것은 자니즈 사무소의 칸자니8이 2004년 9월 데뷔곡으로 선보인 '나니와이로하부시'의 5위를 뛰어넘은 사상 최고의 기록. 또한 솔로 엔카 가수의 데뷔곡이 톱10의 순위에 진입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제로의 엔카 사랑은 일본인 외할머니의 영향이 크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주일 미군과 요코하마에서 만나 결혼한 제로의 외할머니는 제로의 모친을 낳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소라 히바리의 노래를 들으며 타향생활의 시름을 달랬다고 한다.

이런 외할머니를 위해 엔카를 자주 부르다가 자연스럽게 엔카의 매력에 심취한 제로는 명문 피츠버그대(정보과학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2003년 엔카 가수의 꿈을 품고 일본 땅을 밟았다. 그해 일본판 '전국노래자랑'인 NHK의 '노도지만(のど自慢)' 와카야마현 행사에 도전해 통과했다.

2005년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일본 각지의 노래대회에 출전해 우승 및 준우승을 거머쥐는 등 점차 지명도를 넓혔다. 제로는 1982년부터 방송된 NHK의 '노도지만' 비디오를 전부 갖고 있다고.

그의 데뷔곡 '우미유키'는 지난달 20일 출시됐다. 미소라 히바리의 히트곡 '가와노나가레노요우니'를 작사한 아키모토와 장르를 뛰어넘어 폭넓은 작곡활동으로 유명한 우자키가 힘을 합친 야심작이다.

고교 때는 댄스팀의 리더로도 활약한 제로는 "외할머니와의 또 하나의 약속인 NHK 가요홍백전 출연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면서 "일본에서 꼭 성공해 고향인 피츠버그에서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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