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로 펼친 경륜의 ‘속도 美學’

먹 그림은 풍요로운 동시에 멋스럽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붓이 우리 곁에 있음은 분명 이유가 있다.

‘서예 크로키’란 장르를 개발한 금곡 석창우씨(54)는 먹그림을 그린다. 서양식 크로키와 동양화의 먹을 결합시킨 ‘서예 크로키’는 짧은 순간 대상의 특징을 잡아내 먹으로 그려낸다.

지난달 1일부터 오는 2일까지 광명 스피돔 갤러리에서 열리는 ‘역동적인 에너지 분출과 속도의 미학’전에 금곡의 먹그림이 등장한다.

금곡은 이번 전시를 위해 자전거 경주인 경륜을 수시로 관람했다. 눈대중으로 그린 그림이 아닌 오감이 동원됐다. 작품에 대한 단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관람석과 트랙을 거닐며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했다.

주로 누드를 그렸던 그가 스포츠와 같이 역동적인 대상을 찾은 것은 지난 2002년 영국 초대전 당시 축구 선수들의 장면을 담은 것을 계기로 2003년 정동극장의 전통공연을 소재로 한 ‘한국의 몸짓’전이 대표적이다.

금곡은 “그동안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경기를 녹화하거나 TV장면을 보면서 작업했다”며 “박찬호의 투구 포즈 혹은 미셀 콴의 아이스 댄싱 등을 주로 그렸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모두 42점이 등장했다. 숨가쁜 경륜장의 환호를 뒤로 하고 경기에 몰입한 선수들과 속도감 있게 질주하는 경륜 자전거를 만날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은 과감히 생략했다. 질주 하는 순간 배경은 사라지고 주인공들만 존재하기 때문.

금곡은 전기사고로 양팔을 잃은 지체 1급 장애인이지만, 의수를 끼고 작업하는 서예 크로키를 개발했다. 현재 20회 국내외 개인전과 170여회의 단체전이 말해주듯 창작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글 이형복기자·자료제공 석창우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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