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문턱 '춤과의 사랑'이 시작된다

인천시립무용단  ‘i-dance 2008’ 다음달 13일 문예회관서 첫 공연

1937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될 당시 세계적 안무가인 세르주 리파와 조택원 사이에 논쟁을 불러일으켜 화제가 됐던 작품 ‘포엠’. 현대무용과 전통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한국현대예술의 진수를 펼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지난해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최경실 안무의 모던댄스 ‘물 좀 주소’.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시대는 달라도 현대무용이란 장르 속의 우리 춤이 정답이다.

젊은 현대무용가 류석훈씨가 한국 근대춤의 선구자 조택원의 초기작 ‘포엠’을 복원, 재창작한 작품 등 지난 한해 동안 무용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들이 선보이는 무대가 마련된다.

인천시립무용단은 인천 시민들에게 다양하고 참신한 작품을 통해 무용예술의 참 맛을 알려온 ‘춤마당·흥마당’에 이어 올해부터 새롭게 마련한 ‘i-dance 2008’ 첫 공연으로 ‘우리 춤의 어제와 오늘’이란 주제로 옛 것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무용예술을 선보인다.

이번 ‘i-dance 2008’ 첫 공연을 장식할 작품들은 공연예술 전문 비평지인 ‘공연과 리뷰’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지난 한해동안 이슈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4편을 선정, 최근 무용계의 경향과 나아가는 방향을 볼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달 13일 오후 7시30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R석 1만원, S석 5천원.

문의(032)420-2788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우리 춤의 어제와 오늘’ 현대무용가 4人4色 무대

● 류석훈의 ‘포엠’

첫 작품은 ‘포엠’. 조택원이 1935년 발표한 초기 현대무용 안무작으로 가장 주목받는 중진 현대무용가 류석훈이 조택원의 정신(조택원식의 ‘무상(舞想)의 미학’)에 입각해 현대무용으로 재창작했다.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된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조각)’의 이미지를 포레의 음악과 배합시키면서 류석훈 특유의 강한 포즈감과 진중한 여백미와 결합돼 사유하는 춤의 조형감을 짧은 시간 안에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 김유미의 ‘숨은 꽃’

두번째 작품은 지난 2006년 PAF 올해의 안무상과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로 선정된 지제욱이 안무한 솔로작품 ‘동동(動冬)’. 제목의 표현처럼 죽어 있고 사멸한 겨울이 아니라 무엇인가 느리게 움직이고 꿈꾸는 ‘움직이는 겨울’로 해석될 때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백색 조명이 주는 찬 겨울의 이미지와 붉은 노을이 깔린 신비한 생명감을 훌륭하게 교차시켜 넓고 두터운 흰 한지 위에 다양한 색채감으로 흩뿌린다.

● 최경실의 ‘물 좀 주소’

세번째 작품은 지난해 베스트 춤 레퍼토리상을 수상한 김유미 안무의 ‘숨은 꽃’. 과거 기생들을 가르쳤던 교방에서 주로 추었던, 기생들의 마음 속에 담긴 여자로서의 정한을 한·흥·멋·태로 담아낸 진주교방굿거리춤의 정서와 춤사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진주교방굿거리춤의 대표적 춤사위인 겨드랑이사위와 손목사위, 그리고 버선의 빨간 코를 돋보이게 하는 발사위 등을 주로 사용해 오래 전 나라의 기예를 이끌었던 기생들의 화려한 겉모습에 짐짓 가려둔 깊은 마음 한구석에 못내 감춰 둔 사랑과 아픔,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을 숨은 꽃 하나 등을 피워낸다.

● 최경실의 ‘물 좀 주소’

마지막 작품은 지난해 ‘올해의 춤’ 작가상을 수상한 최경실 안무의 모던댄스 ‘물 좀 주소’. 김준영·박철중·오주연이 우리들이 언제나 느끼고 있는, 바람직한 사회의 희망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3인무로 표현한다. 깨어있는 자들의 절규를 의자 3개를 주 소품으로 활용해 빠른 몸놀림으로 위험을 감내하는 파격적 다이내믹 리듬감과 고난도의 테크닉 등을 동시에 보여준다. 의자가 춤의 무기가 되고 한대수의 ‘물 좀 주소’가 주 모티브가 돼 움직이며 구르고 뛰고 구부리고 뻗치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갈증들을 재현·재창조 해내는 작업은 3개의 잔에 물이 채워질 때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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