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연합뉴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북한 방문길에 오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105명은 25일 북한 예술인들의 환영공연을 보고 일거에 경계의 끈을 풀어헤쳤다.
뉴욕필 단원들은 이날 오후 3시45분 아시아나항공 특별기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내릴 당시만 해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은 미국에 의해 '악의 축'으로 규정받고 있는 적대국인 데다 미국인들은 영화를 통해 북한이 테러주의자들의 국가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
그러나 뉴욕필을 이끄는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만경대예술극장에서 열린 평양시예술인들의 환영공연이 끝나자 직접 무대 위에 올라가 무용수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마젤은 "평양시 예술인들의 공연이 훌륭했다"면서 "이들의 공연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뉴욕필의 평양 공연을 후원하고 있는 일본계 여성 부호 체스키나 나가에 요코(75)씨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요코씨는 "음악도 좋았으며 공연도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북한의 전통음악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나 무용의 일부분은 러시아 예술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북한 무용수들이 장구춤과 농악무를 공연하자 흥을 참지 못하고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특히 화려한 분홍색 한복 차림의 김은하양이 북한 전통악기인 옥류금으로 독주한 '도라지'는 분위기를 돋궜다. 또 북한 민요 '평북영변가'와 '용강기나리' 열창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뉴욕필 제2바이올린 부수석인 리사 김(한국명 은수)의 감회는 남달랐다. 그녀는 "북한에도 도라지 노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북한도 나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느꼈으며 우리와 공통점이 너무 많아 공연을 보면서 기분이 우쭐하기도 했고 슬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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