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006년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한 독일인 청년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떠돌며 화제를 모았다. 청년은 이 영상에서 열정적인 무대 매너로 관객의 흥을 돋우며 서툰 우리말로 '바람과 나' '아니 벌써' 등 한국 가요를 열창했다.
주인공은 독일 록가수 막스 코플러(Max Kofflerㆍ30)다. 화제가 된 영상은 그가 2004년 '독일인이 부르는 한국 가곡의 밤' 행사에 초청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던 장면 등을 담고 있다.
이 동영상은 2006년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의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관심에 힘입어 그는 지난해 9월 KBS 추석특집 프로그램 '글로벌 카메라'에 출연했고, 12월에는 독일 베를린장벽기념관 개관행사에 참가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한국에 대한 사랑과 동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가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한국에 와서 첫 내한공연을 펼치고 있다. 16일 서울 홍익대 인근 롤링홀에서 공연을 했고, 23일에도 홍익대 인근 클럽 DBDG에서 한국 관객을 만난다.
그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가요를 부른 것에 대해 "운명적인 만남이었다"면서 "한국이 나에게 다가왔다"고 한국과의 인연이 필연적이었음을 강조했다. 마치 '전생의 인연'이라도 체험한 듯한 말투였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그는 사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문화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음악을 좋아해 6세 때 바이올린과 기타를 배우고 15세 때 밴드를 조직한 후 록가수의 길을 걸어갔을 뿐이었다.
그렇게 흘러가던 그의 인생에 '한국'이라는 '돌발 변수'가 불쑥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당시 공연을 마친 후 아침 신문을 펼치다가 재독한국대사관이 주최하는 '한국 가요 경연대회' 광고를 발견했다.
"본능적으로 끌렸어요. 느낌이 좋았죠. 대회에서는 가곡 '언덕에서'를 불렀는데 한국 관계자 분들이 저를 좋게 봐주셨습니다. 그래서 그해 베를린시가 개최한 '한국 대중가요 100년-한국 환상곡'이라는 행사에도 나설 수 있었어요. 한국대사관에서 한국 가요 30곡의 악보를 마련해줬고, 그 중에서 '아니 벌써'와 '바람과 나'를 골라 무대에 올랐지요."
2004년에는 가요대회 수상자들과 함께 한국을 직접 찾았다. '독일인이 부르는 한국 가곡의 밤' 행사에서 '아니 벌써'와 '바람과 나'를 다시 열창했다.
이번에는 데뷔 후 첫 정규음반 '타부(Taboo)'를 발매한 기념으로 내한했다. 음반에는 '컬러스(Colors)' 등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기반으로 한 록음악 10곡을 실었다.
한국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이 음반의 재킷에도 잘 드러난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화가 오정근이 직접 그려 준 그림을 이용해 꾸몄다.
방한 길에는 독일 잡지 '슈피겔'의 기자와 동행했다. 이 기자는 코플러의 한국 공연 과정을 르포 형태의 기사로 다룰 예정이며, 두 사람은 22일 판문점도 방문한다.
"독일도 분단을 경험했기 때문에 한국의 분단 상황에 가슴 깊이 공감하고 있어요. 많은 독일인이 한국의 통일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이 통일이 되면 휴전선과 평양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어요."
다음 음반에는 한국에 대한 사랑을 담은 곡도 수록할 생각이다. 2004년 한국을 방문한 후 직접 작곡한 '사랑해 서울'이다.
"곡이 완전하게 완성되지 않아 이번 음반에는 담지 못했어요. 대신 이번 공연에서는 '아니 벌써' 등 한국 노래를 두 곡 부릅니다."
그와 함께 내한한 밴드 멤버 미하일 후크(Michael Hug, 베이스)와 스테판 쉘린(Stephan Schellin, 피아노)은 "한국 관객의 열정과 반응이 대단했다"고 말했고, 클레멘스 코흐(Clemens Koch, 기타)는 "한국 밴드의 연주를 들었는데 유럽 음악과 느낌이 비슷해 좋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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