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 비경쟁영화제 고수, 기성영화제와 차별화해야"
글로벌 경쟁시대..국가차원의 지원필수
(연합뉴스) "부산이 '영화도시'로 급성장했다고 해서 정책추진을 늦추거나 급변하는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며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때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PIFF) 조직위원회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작과 촬영유치 등은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부산이 '아시아의 영상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구축중인 인프라가 성공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영상위원회 이상원 사무국장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면서 "여기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선 PIFF의 경우 비경쟁영화제의 성격을 고수하면서 제작 전단계부터 영화를 사고 파는 시장을 활성화하는 등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를 쫓아가봤자 승산이 없는 만큼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는 위상을 지키면서 장기적인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PIFF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토론토 영화제는 북미를 대표하고 로테르담 영화제는 유럽을 대표하는 것처럼 PIFF는 아시아의 대표성을 유지하면서 토론토, 로테르담 영화제를 능가하는 영화제로 키우는 전략을 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0월 1단계가 완공되는 부산영화후반작업시설이 '개점 휴업' 상태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디지털 영화에 기초를 두고 시설을 구축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부산을 디지털 영화의 '테스트베드(Testbed)'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의대 영화학과 김이석 교수도 "부산은 영상산업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디지털 영화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를 통해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후반작업을 유치하면서 점차 시장을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반작업시설의 성공적인 가동은 다음 단계인 영화제작과 콘텐츠 개발 등 소프트웨어 차원의 인프라 구축작업을 순조롭게 하는 측면도 있다. 후반작업시설이 제대로 운영되면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수도권의 영화 제작사가 점차 늘고 있고, 이미 몇몇 제작사는 부산지사를 둘 정도로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부산의 영화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영상위 이상원 국장은 "독립.예술영화는 영화의 저변인 만큼 지원규모를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의대 김이석 교수도 "재능 있는 신인감독을 발굴, 제작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영화의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가 최근 PIFF 조직위를 통해 설립한 영화제작 창업투자회사인 '아시아문화기술투자'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PIFF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아시아문화기술투자의 펀드에 정부가 4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부산시는 아직 투자규모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펀드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의 자체적인 영화제작 능력 배양과 함께 수도권의 중견 영화제작사를 조기에 부산으로 유치하는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체능력 배양은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산영상위 이상원 국장은 "영화제작사들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제작비를 많이 절감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영화촬영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파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무려 90여개 도시가 부산영상위를 모방한 영화촬영 지원기구를 발족해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효율적인 영화.영상관련 인력양성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과 함께 기획과 편집 등 높은 차원의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PIFF 기간에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를 상설화하고, AFA 본부를 부산에 두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A는 아시아의 재능 있는 신인 영화인들을 선발해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이 직접 교육하는 프로젝트다.
부산의 영상산업 발전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중복투자를 방지하는 한편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맡을 독립기구의 설립 필요성도 끊임 없이 제기된다.
영화.영상산업은 글로벌 경쟁체제에 들어가 있는 만큼 재정난에 시달리는 부산시에만 육성방안 마련을 맡길 게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과감한 세제혜택 등은 자치단체 차원에서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영상위 이상원 국장은 "외국에서는 영화촬영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부산의 영상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국가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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