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영화도시' 부산, 어디까지 왔나 ①성장과정

(※편집자 주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매년 재정난을 겪는 부산국제영화제(PIFF)의 안정적인 운영과 발전을 위해 PIFF 재단법인을 설립, 대규모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영상산업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지 주목된다. 인수위의 `재단법인' 설립검토를 계기로 부산이 불과 10여년만에 아시아의 영상문화중심도시로 발전한 과정과 현주소, 향후 과제를 3회 특집으로 살펴본다)

부산에 영화의 씨앗 뿌린 '국제영화제'

고속성장 비결은 '허울'보다 '내실' 추구

(연합뉴스) "'문화의 불모지'인 부산을 '영화도시'로 키운 것은 부산국제영화제(PIFF)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동의대 영화학과 김이석 교수의 말이다. 영화도시 부산의 오늘은 PIFF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영화인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PIFF의 안정적인 운영과 발전을 위해 재단법인을 설립, 대규모 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지역과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을 크게 반기고 있다. PIFF가 한단계 도약하면 '영화도시 부산'의 세계적 위상도 그만큼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PIFF가 처음 막을 올린 건 불과 10여년 전인 1996년. 당시만해도 부산에는 영화.영상과 관련한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했다. 하지만 PIFF의 성공적인 개최와 이후 비약적인 발전은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부산=영화도시'라는 이미지를 창출해 냈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96년 9월21일 세계무대에 첫선을 보인 PIFF는 이후 초고속으로 성장 가도를 질주해왔다.

첫해 29개국, 173편의 영화를 초청하는데 만족해야 했던 PIFF는 열두돌을 맞은 지난 해 64개국, 275편의 영화가 참가하는 눈부신 양적 성장을 이룩했다. 부산영화제를 통해 세계 처음으로 공개된 '월드프리미어'만 66편에 달했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질적성장도 달성했다.

PIFF는 2004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의해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선정된데 이어 2년 후인 2006년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 영화제 정상회의의 이사 영화제로 선출됐다. 현재는 세계 5대 영화제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PIFF의 성공은 부산시가 영화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검토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부산시가 서두르지 않고 단계별 발전전략을 구사한 것도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라는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른 자치단체들처럼 처음부터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테마파크 조성 등에 매달렸다면 허울만 요란한 행사에 그쳤을 지 모른다는 얘기다.

시는 우선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한 부산을 국내에서 영화촬영의 최적지로 만든다는 비교적 낮은 목표를 세우고 1999년 우리나라 최초로 각종 영화촬영을 지원하는 전문기구인 부산영상위원회를 설립, 터다지기부터 시작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년에 기껏 1~2편 정도의 영화촬영이 고작이던 부산에 영화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부산영상위의 적극적인 활동은 PIFF의 성공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지난 해에는 국내 영화의 절반 이상이 부산에서 촬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9개 도시, 아시아권에서 80여개 도시가 부산영상위를 벤치마킹해 영화촬영 유치 및 지원 전문기구를 설립한 것은 부산영상위의 성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산시는 2002년 부산영상벤처센터를 설립해 영화제작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어 2003년에는 부산영상산업발전 기본계획를 수립해 영화의 전 과정이 부산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구축에 본격 뛰어들었다.

PIFF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로케이션 유치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현상과 편집 등 후반작업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촬영유치도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고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4년 영상산업을 4대 핵심전략산업으로 선정한 부산시는 2005년 '부산 영상도시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렸고 중앙정부도 같은 해 부산을 영화문화중심도시로 지정해 부산시의 야심 찬 계획에 무게를 실어줬다.

특히 2006년에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물등급위원회 등 영상관련 공공기관의 부산이전이 확정돼 부산을 '아시아의 영상허브'로 조성하겠다는 부산시의 청사진이 현실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느낌이다.

영화영상진흥팀을 구성한 부산시는 지난 해 편집 등 영화제작의 마지막 단계인 후반작업이 부산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을 착공했고, 올해는 PIFF의 전용 상영관인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 공사를 시작해 2011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또 2010년까지 영화체험 박물관과 문화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문화 콘텐츠 콤플렉스'도 건립할 예정이다.

시는 이와 함께 2007년에 지역의 우수한 영화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문화 콘텐츠 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창업투자회사인 '아시아문화기술투자(ACTI)'를 설립했고, 영화 배급사인 '발콘(BALCON)'을 설립해 본격 영업에 착수했다.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까지 붙었던 부산이 '영화도시'로 급성장하는데 부산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든든한 배경이 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PIFF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기간에 남포동 PIFF 광장과 해운대의 주요 상영관을 가득 메우는 영화 팬들이 없었다면 PIFF는 제자리 걸음을 계속했을 것이고, 부산을 '영화도시'로 키우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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