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어린이 전시회 급격 증가 현대미술 이해·미술관 접근성 높여

해마다 방학철이면 어린이 전시가 봇물을 이룬다.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한 어린이 전시는 급조한 기획이란 평과 함께 상업성에 치우쳐 진정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11일 국·공립미술관 등의 큐레이터들을 초청, 어린이를 위한 전시 기획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1부 사례발표에 이어 2부로 열린 참가자 자유토론회는 국내 어린이 전시 증가 현상을 비롯, 어린이 전시의 교육적 의미 및 상업성을 탈피한 발전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승미 교육문화 팀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임근혜 경기도미술관 큐레이터는 “관람객 확충을 위해 어린이 전시가 증가하고 있다”며 “감수성 체험을 통해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미술관과의 접근성을 높힌다”고 말했다. 반면 “체험 문의가 많은데 획일적인 프로그램과 수요에 대한 대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선진화에 따라 미술관의 역할은 더 세분화된다”며 “어린이 교육과 전시란 두가지 측면에서 고민중인데, 예술적 감각이 높아질 것이란 확신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전시 증가에 대해 감윤조 예술의전당 큐레이터는 “서구식 교육을 받은 작가와 해외파 작가들이 전통적 방식에 의문을 품으면서 관객들과의 쉬운 접합점을 찾는 가운데 어린이 전시를 착안한 것 같다”며 “6천여점에 이르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전시에서 자기주도형 학습프로그램이 전무하다고 전제한 양원모 경기문화재단 문화나눔팀장은 “예술의 가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근원적 유희성에서 출발한다”며 “러시아 톨스토이박물관 레미조프 관장이 ‘죽음’과 같은 인간문제를 어린이들에게 테마로 던진 것처럼 삶의 문제를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성호 당산초등학교 교사는 어린이 눈높이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등의 오디오 가이드가 어른 중심으로 제작됐고, 전시 동선 또한 어린이와 연관성이 부족하다”며 “단순 설명보다는 어린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하고, 그들에게 다가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교사는 이어 “어린들이 직접 전시를 기획하거나 전시 동선을 바꿔가며 그들의 언어로 전시에 참여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백남주 한국은행박물관 큐레이터는 “초등학교 5학년이 넘어가면 특목고를 준비하는 것이 요즘 추세”라며 “5학년 이전에야 예술적 체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 전시가 단지 미술관에서 열리는 놀이 수준에 멈춰서는 안된다”며 “작가와 작품, 재료, 기법 등 기본적인 미술수업을 통해 미술작품이 무엇인지 인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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