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과잉.고정관념 반성.. 자연스러움 추구
(베를린=연합뉴스) "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 한 번도 제작비를 회수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제 방식의 영화를 만들겠습니다"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영화 문법이 대중적이지 못한 점을 시인하면서도 이런 영화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화를 볼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58회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밤과 낮'을 출품한 홍 감독은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흥행의 성공을 목표로 하는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 감독과 일문 일답.
--그 동안 칸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 등에 여러 작품을 초청 받았다. 홈 감독의 영화가 외국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외국 평론가들과 영화 관계자들에게 나름의 시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시각으로 좋게 평가한 때문일 것이다. 내 영화는 줄거리 요약이 쉽지 않을 정도로 통상적인 영화 문법과는 다르다. 그래도 이런 방식의 영화도 필요하다는 인정을 받은 것 같다.
--`밤과 낮'의 수상 가능성은.
▲정말 모른다. 나는 칸이나 베를린이나 영화제 자체에 대해 잘 모른다. 어떤 정보도 없다. 다만 이런 국제 영화제에 초청돼서 이 작품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만족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머리가 두 개 달린 소 그림' `공항 대합실의 작은 새', `깨진 도자기' 등 여러 소품들의 의미는.
▲하나의 의미가 있는 상징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하나, 혹은 여러 가지 의미로 다양하게 해석되기를 바란다. 누구든지 똑같이 공유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내 영화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 메시지의 과잉과 그로 인한 빈곤에 대한 반성을 보여주고 싶다. 하나의 이미지가 하나의 메시지로 고정 관념이 되거나 스테레오 타입으로 쉽게 규정되는 것을 반성하고 싶다.
어린 아이처럼 아무것에도 물들지 않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총 8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이들 작품을 관통하는 일관된 의도가 있다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이 영화를 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명확하게 알려 하지 않는다. 영화가 주는 교훈이나 메시지, 형식을 미리 알려고 하지 않는다.
미리 알면 흥미를 잃는다. 작업 과정에서 매일 매일 부분과 전체 사이에서 계속 교감하면서 변화를 추구한다. 상투적이지 않으려 한다. 그날 찍을 대본은 그날 아침에 쓴다. 그 전날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나 아침의 날씨 변화까지 다 반영된다. 끝까지 마음을 열어두려 한다.
--흥행이 잘되는 영화를 만들 계획은 없는가.
▲기질상 그런 영화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물론 대중에게 위안을 주고 오락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에서 그것을 원한다. 그러나 나와 같은 방식의 영화도 필요하다. 그것을 장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흥행을 목표로 하는 영화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더 열심히 만들고 우연히 더 포용력 있는 영화가 돼서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작품 구상은.
▲운 좋게도 흥행이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평단의 호평과 좋은 제작자를 만나 영화 작업을 계속해왔다.
9번째 작품을 구상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촬영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1년에 한 편씩은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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