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환상적 아름다움 '아주르와…'

(연합뉴스)'프린스 앤 프린세스'와 '키리쿠, 키리쿠'의 매혹적 영상미를 기억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프랑스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셸 오슬로의 신작 '아주르와 아스마르'에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그러한 기대를 뛰어넘는다.

이 놀라운 애니메이션이 던져주는 매혹적 색채감과 빛나는 상상력, 이질적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보기 드문 철학적 메시지는 보는 이를 경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결코 도달하지 못한 철학적이고 시적(詩的)인 경지를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보여준다.

어린 시절을 사라센 출신의 현명한 유모 제난 손에서 자란 아주르는 제난의 아들인 아스마르와 형제처럼 지내며 성장한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아주르와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진 아스마르는 제난에게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같은 자장가를 듣고, 같이 잠들며 소년 시절을 함께 보낸다.

제난은 두 소년에게 깊은 산 속에 갇힌 채 마법의 열쇠 세 개를 찾아 빨간 사자와 무지개 날개를 가진 새를 물리치고 자신을 구하러 올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요정 진의 이야기를 늘 들려주고,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자라서 청년이 되면 진을 구하러 가겠다고 맹세한다.

하지만 성주인 아주르의 아버지는 아주르가 아스마르와 너무 격의 없이 지내며 성주의 아들에 걸맞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 것이 못마땅해 아주르를 시내에 있는 기숙학교로 보내버리고 제난과 아스마르를 성에서 내쫓는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멋진 청년이 된 아주르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릴 적 유모에게 들었던 요정의 나라를 찾아 바다 건너로 모험을 떠난다.

하지만 폭풍우에 배가 난파되면서 아주르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진 사람들만 살고 있는 낯선 섬에 떠밀려 온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아주르의 파란 눈을 '저주받은 눈'이라며 그를 피하고 어떤 이들은 돌까지 던지면서 적대감을 드러낸다.

아주르는 결국 자신의 파란 눈을 감추기 위해 장님 행세를 하기 시작하고 우연히 마주친 노숙자의 안내를 받아 사라센의 도시로 갔다가 그 도시에서 성공한 부자상인이 돼 있는 제난과 재회한다.

아주르를 아들처럼 반기는 제난과 달리 아주르의 집에서 쫓겨난 수모를 잊지 않고 있는 아스마르는 그에게 적대감을 보이며 냉대한다.

마침내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요정 진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영원한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이들의 경쟁은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화려한 색감과 음악으로 묘사한 사라센의 풍경은 마치 앙리 루소(1844~1910)의 세밀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환상적이다.

빽빽한 야자수와 수풀로 가득찬 숲속 풍경과 기하학적 아라베스크 무늬로 장식된 제난의 대저택, 알함브라 궁전에서나 볼 수 있는 것 같은 아랍풍 정원의 화사한 조형미는 현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인종의 상이함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들을 작품의 주소재로 삼았으면서도 제3세계 문화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균형 잡힌 시각을 잃지 않은 사려 깊은 연출도 애니메이션의 품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7천~8천 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도 극장에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란 바로 이런 애니메이션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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