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무미건조한 독창성 '노인을…'

(서울=연합뉴스) '분노의 저격자' '바톤 핑크' '파고' 등에서 보여준 독창적 스타일로 많은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는 코언 형제의 신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원제 No Country For Old Men)는 코언 형제 특유의 무미건조한 독창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를 본 관객은 다른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 스타일과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허무한 페이소스에 감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게 과연 훌륭한 영화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는 영화라는 장르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평가인데, 영화가 대중예술이자 오락적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듯하다.

더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제용 영화에 가깝다.

영화에는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남자가 세 명 등장한다. 스토리상 주인공에 가까운 모스(조시 브롤린)는 사막 한가운데서 사냥을 즐기다가 바로 전에 총격전이 있었던 듯한 출혈이 낭자한 사건 현장을 발견한다.

모스는 대부분이 총을 맞고 숨져 있는 사건 현장에서 단 한 명의 생존자를 발견하는데, 물 한 모금을 갈구하는 그를 외면한 채 떠나다가 우연히 200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발견한다.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한 모스는 뒤늦게 물을 달라는 생존자의 요청을 거절한 게 내심 꺼림칙하게 느껴져 새벽녘에 사건 현장을 다시 방문했다가 2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찾는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자신을 체포했던 보안관을 목졸라 죽이고 탈출한 시거는 모스를 뒤쫓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살해하고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이 시거를 잡기 위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혼돈과 폭력의 결말로 치달아간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단연 살인마 시거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이다. 스페인 출신인 바르뎀은 페넬로페 크루즈와 공연한 영화 '하몽하몽'을 통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당신의 다리 사이' '비포 나잇 폴스' '콜래트럴' '씨 인사이드'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2000년과 2004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배우로 떠오른 이후 할리우드 제작자들로부터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기도 하다.

바르뎀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여자 단발머리 같은 헤어스타일에 1970년대에나 어울릴 법한 촌스런 의상을 입고 다니면서 무자비한 살인행각을 일삼는 사이코 살인마 시거 역을 실감나게 연기해 코언 형제의 연출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효과음악이나 음향효과 하나 없이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코언 형제의 연출력은 분명 놀라운 것이지만 황량함이 물씬 풍겨나는 1970년대 미국 서부풍 배경에다 무미건조한 총격전과 살인행각이 난무하는 영화적 미장센이 과연 얼마만큼의 시청각적 만족감을 관객에게 안겨줄지는 의문이다.

영화는 무엇보다 시각예술이란 평범한 진리를 이 영화는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24일 열릴 예정인 제8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코언 형제에 대한 영화제의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2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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