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독일 영화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감독 스벤 타딕켄)는 별 볼일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여자와 시한부 생명 선고를 받고 인생 막바지에 이른 남자의 소박하면서도 절박한 사랑 이야기다.
한가로운 시골 농장에서 홀로 돼지와 닭을 키우며 살아가는 엠마(조디스 트라이벨)는 농장과 가축들을 진심으로 아끼며 살고 있다. 소시지 값은 폭락하고 세금은 밀려 농장이 압류될 위기에 놓였지만 엠마는 굳세게 버티고 있다. 그러나 엠마는 가끔 함께 밥 먹고 대화할 남자가 생기기를 소망한다.
도시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막스(위르겐 포겔)는 어느 날 의사한테서 췌장암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 절망에 빠진 막스는 비 오는 날 밤, 동업하는 친구와 함께 떼어 뒀던 회삿돈을 훔쳐 달아나다가 교통사고를 낸다.
막스의 차가 떨어진 곳은 엠마의 농장. 엠마는 정신을 잃은 막스를 차 밖으로 끄집어내 침대 위에 눕히고 막스가 훔친 돈을 몰래 숨겨둔 채 차에 불을 지른다. 아침에 정신이 돌아온 막스는 자신의 상황에 기겁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농장과 엠마가 좋아진다.
영화는 '시한부 인생의 애틋한 사랑'이라는 뻔한 소재를 전혀 어색하거나 진부하지 않게 그리고 있다. 그 힘은 소박한 캐릭터와 구성진 시나리오에서 나온다. 나무처럼 단단한 엠마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막스는 묘한 조화를 이룬다. 원작을 쓴 클라우디아 슈라이버가 루스 도마와 함께 각본 작업을 해 원작의 맛을 살린 탄탄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또 카메라는 엠마가 동물들과 함께 하는 서정적인 전원 풍경이나 암 판정을 받고 절망에 빠진 막스의 표정까지도 무심한 듯이 담는다. 이 영화의 담담한 화법은 사회적으로 어딜 봐도 잘난 구석이 없는 남녀 주인공의 빛나는 사랑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영화 결말에는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 진지한 시각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또 이 영화에는 '스크린 속 가장 로맨틱한 결혼식 톱 10'에 들 만한 결혼식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는 지난해 대만 국제영화제와 프랑스 발랑시엔 국제영화제, 벨기에 몽스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31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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