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ㆍ전영세 "친숙하게 재즈 접하세요"

새 음반 '올디스 & 메모리스' '인 오텀' 발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내한한 세계적인 플루겔 혼 연주자 척 맨지온(Chuck Mangione)과의 인터뷰 때였다. "한국에선 재즈가 마니아 음악이란 인식이 있다"며 재즈 초보자를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더니 "공격적이고 다소 복잡한 곡을 듣고 어렵다는 편견을 갖는 이들이 많다"며 "재즈는 많은 명곡을 가진 100년이 넘은 장르다. 레벨을 규정짓지 말고 말즈 데이비스, 루이 암스트롱, 디지 길레스피, 혹은 내 음악을 입문 단계로 들어보라"고 말했다. 모두 쉬운 멜로디 음악을 연주한다는 뜻에서였다.

국내 재즈계를 대표하는 신구 뮤지션이 각각 새 음반을 발표했다. 두 장의 음반 역시 재즈를 친근하게 접하기 충분한 입문서다.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은 스탠더드 재즈 대신 추억의 올드 팝송을 선곡해 '올디스 & 메모리스(Oldies&Memories)', 시각장애 재즈 피아니스트 전영세는 첫 번째 트리오 음반 '인 오텀(In Autumn)'을 냈다.

▲이정식의 '올디스 & 메모리스'= 그는 10년 전 구전민요와 가곡 등을 재즈로 재해석한 데 이어 이번엔 '7080세대'를 향한 올드 팝송을 실험대에 올렸다. 지난해 5월 혁신적인 아방가르드 음반 '달의 착시'와는 방향을 완전히 튼 음반이다.

해외 재즈 음반에선 잦지만 국내에선 이례적으로 라이브 버전을 실었다. '킬링 미 소프트리 위드 히스 송(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원 서머 나이트(One Summer Night)' '하우스 오브 더 라이징 선(House Of The Rising Sun)' 등의 라이브 레코딩을 위해 10명의 스태프, 100여 명의 초대 관중, 4천만 원가량의 최신 녹음장비를 투입, 현장감을 살렸다.

클래지콰이의 호란이 록가수 데이브 메이슨의 노래이며 1970년대 큰 인기를 모은 '윌 유 스틸 러브 미 터모로(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웅산이 신촌블루스 3집 수록곡이자 이정식이 유일하게 가요곡으로 작곡한 '그댄 바람에 안개로 날리고'를 불러 액센트를 줬다.

▲전영세 트리오의 '인 오텀'= 시각장애인 전영세와 재즈계 젊은 연주인으로 두각을 나타낸 더블베이스 연주자 김영후, 드러머 김상헌이 함께 낸 재즈 트리오 합작품이다.

일찌기 클래식을 공부하며 피아니스트로서 재능을 키워온 전영세는 클래식이 주는 전통적 표현 방법보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연주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금은 바비킴, 리쌍 등의 가수와 작업하는 실력파 솔 키보디스트이기도 하다.

이번 음반에는 여러 소재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연주로 담았다.

처음 곡은 전영세가 그의 맹인안내견인 '찬별'이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되는 '앞으로'다. 더블베이스의 차분한 연주와 드럼의 생기 있는 연주는 10년간 함께 한 그와 찬별이처럼 끈끈하게 호흡한다. '비눗방울'은 비눗방울의 형상을 표현한 곡으로 방울이 커지는 모습이 세 번에 걸친 리듬 변화로 표현됐다.

이밖에도 건조한 드럼 리듬 위에 단조의 피아노 선율을 얹은 '아쉬움', 더블베이스 솔로로 시작해 계절의 쓸쓸한 느낌을 살린 '인 오텀' 등 서정적인 재즈 연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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