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가객' 김광석, 노래비로 추억한다>

1천회 공연 펼친 소극장 학전에 노래비 세워져

추모음악회에 성시경, 이소라, 동물원 등 참석

(연합뉴스) '이등평의 편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붉은 천에 싸여있던 김광석의 노래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1996년 1월6일(음력 11월15일) 세상을 떠난 고(故) 김광석이 1991~95년까지 1천회 공연을 펼쳤던 서울 대학로 소극장 학전 블루 앞마당에서 6일 오후 그를 기리는 노래비 제막식이 열렸다. 병자년(丙子年)에 세상을 떠나 무자년(戊子年)인 올해로 꼭 12주기가 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인 조각가 안규철 교수가 만든, 브론즈 부조가 대리석 단상에 얹힌 노래비에는 통기타를 치고있는 생전의 김광석이 담겨 있었다.

'아름다운 노래들을 수없이 찾아내 우리들에게 들려준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64~96년), 그가 95년8월11일 이곳 학전 소극장에서 콘서트 1천회를 맞았다'는 글이 함께 새겨져 있었다.

이날 제막식에는 김광석추모사업회 김민기 회장, 김광석의 형인 김광복 씨, '서른 즈음에'를 작사ㆍ작곡한 강승원 씨, 박학기ㆍ동물원ㆍ유리상자ㆍ드렁큰타이거ㆍ김제동ㆍ윤도현ㆍ작곡가 김형석 등의 동료들, 팬클럽 둥근소리 회원들이 참석했다. 노래비가 공개된 후 이들은 붉은 장미꽃을 한송이씩 노래비 앞에 헌화했다.

제막식 사회를 본 김광석의 친구 박학기는 "광석이는 직장인 출근하듯 이곳에서 노래했다"며 "오며 가며 광석이를 만나고 싶을 때 꽃 한송이를 건네고, 소주 한 잔을 따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가슴에서 뜨거운 게 올라온다"고 했다.

뒤이어 김민기 회장은 "그가 세상을 뜨기 전 해 1천회 공연 기록을 세운 이곳 앞마당에 노래비가 세워졌다"며 "추모사업회 기금으로 만들어져 더욱 뜻깊다. 광석이가 너무 귀공자 같이 새겨졌다"며 웃음을 지었다.

형 김광복 씨의 감회도 남다를 터. "멋있는 아우의 형상이 만들어졌다"며 "아직도 형이 아닌, 경상도 사투리로 '히야'라고 부르는 장난기 어린 광석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억울하지 말고 잘 지내라. 오늘 너무 좋겠다"며 하늘을 향해 동생에게 말을 건넸다.

향후 추모사업회는 재단으로 확대 될 계획이다. 동물원의 유준열은 "추모사업회를 재단으로 꾸릴 계획을 갖고 있는데 '김광석 가요제'나 장학재단 같은 걸 만들었으면 좋겠다. 향후 추모 공연 등을 통해 음악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기금을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제막식에 이어 작은 음악회도 마련됐다. 1996년 그의 49제 때 연세대학교, 99년 학전 블루에서 열린 후 세번째 추모 공연이다. 이소라, 성시경, 윤도현, 김제동, 박학기, 유리상자, 동물원, 한동준, 장필순, 윈디시티 등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무대에 올라 그의 노래를 선사했다.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 노래를 못하겠다"며 첫 무대에 오른 이소라는 "광석이 오빠가 오늘 이곳 어딘가에 앉아 구경하고 있을 것이다. 노래로 영혼을 부르지 않나"라고 말한 후 '서른 즈음에'를 선사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쓴 작곡가 김형석은 이 노래를 부른 성시경의 피아노 반주를 한 후 "광석이 형은 기타 하나로 우리를 울리고 웃긴 사람"이라며 "그 시절이 그립고 행복했다"고 추억했다.

김광석의 '열렬 팬'으로 유명한 김제동은 "김광석 씨의 노래는 내가 세월, 사람에 다칠 때 바르는 빨간 약 같은 존재"라며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을 김광석 씨의 노래로 쓰는 대표로 나왔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그는 지금도 김광석의 기일이 되면 소주 석잔을 따라놓고 홀로 제사를 지내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관객들은 김광석의 노래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박학기, 장필순, 유리상자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동준이 '사랑했지만', 동물원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전 출연진이 '이등병의 편지' '일어나'를 열창했다. 공연장 밖에서도 수많은 팬들이 TV 모니터로 노래를 함께 감상했다.

공연 중간, 김광석의 생전 영상이 흐르는 가운데 그의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세계 일주를 하고 싶어요. 또 환갑 때 연애하고 싶어요. 로맨스. 쉽지 않겠지만 바람입니다."

하늘에서도 그는 계속 이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른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