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웃찾사' 통해 4년 만에 개그 프로그램 복귀
"욕심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겠다"
(연합뉴스) 세월은 무심히 흘렀다. 정상의 인기를 누렸던 개그맨이 잊혀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잠시 잊혀졌을 뿐 사라지진 않았다. 그동안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는 않았지만 연예계 주위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었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그리고 이제 복귀한다.
'맹구' '사바나의 추장' 심현섭(37)이 6일 저녁 방송되는 SBS TV '웃찾사'를 통해 꼭 4년 만에 개그 프로그램에 다시 선다. 2003년 말 '웃찾사'를 끝으로 개그 프로그램과 '안녕'을 고했던 그는 이날 방송되는 '웃찾사'의 '형님뉴스' 코너에 새롭게 투입되는 해외토픽 전문 리포터 '섭섭이'로 출연한다.
그런데 그의 복귀를 '순수'하게만 보지 않는 시선이 있다. 그가 그동안 개그를 중단했던 것이 2002년 대선 때 패배한 쪽을 적극 지지했던 때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잘못된 기억'과 달리 그는 지난 대선이 끝난 후에도 1년간이나 '웃찾사'에 출연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당시 제 개그가 인상적이지 않았던 모양인지 사람들이 2003년의 제 모습은 기억 못하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의 복귀가 또다시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말들이 많다. 스스로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며 웃지만 우연이라고 하기엔 참 기막히다.
6일 오후 '웃찾사' 녹화를 위해 등촌동 SBS 공개홀을 찾은 심현섭은 "이번 복귀에는 대선이나 어떤 정치적인 이유가 전혀 없는데 공교롭게 이렇게 돼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전적으로 우연이고 이런 상황을 두고 말들이 오가는 게 재미있기도 하다"며 웃었다.
4년여 이른바 '마이너리그'에서 활동했던 심현섭은 "'재기'라는 말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그저 복귀해서 계속 웃길 수 있기만 바란다. 예전의 명성을 찾으려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잘 안다. 똑같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활동만 쭉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 '웃찾사' 첫 방송이 나간다. 소감이 어떤가.
▲첫 녹화 때 다시 신인이 된 느낌이었다. 참 미묘했고 녹화를 끝내고 나서는 다리에 힘이 쫙 풀리더라. 우리 팀이 9회말 2아웃 2대3으로 지고 있을 때 만루타석에 올라선 느낌이었다(웃음).
--지난 대선 직후 바로 방송을 중단했던 것 같다.
▲2003년 '웃찾사'가 일요일 오전 11시에 방송됐는데 사람들이 많이 안 보셨던 모양이다(웃음). 사실 KBS '개그콘서트'에서 5년간 활동하다 바로 '웃찾사'로 옮겨온 것이어서 새로운 것을 준비하거나 충전할 시간이 없었다. 새 집에서는 새 우물을 팠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기억들을 못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소위 지난 대선의 후유증은 없었던 것인가.
▲그런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다 옛날 이야기다. 그동안의 사연과 사건들을 지금 와서 구차하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또 내가 무슨 정치적 야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당시 이회창 총재와의 친분으로 자원봉사를 했던 것뿐이다. 다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내 지나온 삶의 발자취라고나 할까. 또 전혀 (해당 사항이) 아닌 사람들이 지난 대선 이후 피해를 봤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하지 말자.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정말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왜 개그를 하지 않았나.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을 뿐 뮤지컬과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계속 활동은 했다. 개그맨인 내가 그 속에서 개그를 하지 않았겠나. 하지만 (대선 이후) 솔직히 기가 빠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웃기는 직업은 아무리 힘들고 슬픈 상황에서도 웃겨야 한다. 그런 게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부담스러웠고 그것에 어느 정도 위축되기도 했던 것 같다.
이번에 복귀를 하게 된 것은 PD와의 궁합이 크게 작용했다. 개그 프로그램은 개그맨과 연출자의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개그맨 스스로 웃긴다고 생각해도 연출자가 재미있어 하지 않으면 코너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연출을 맡은 남승용 PD와는 서로 초창기부터 호흡을 맞추던 사이다.
--그동안 개그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다. 어떤 개그를 선보일 것인가.
▲당분간은 '형님뉴스'를 통해 워밍업을 한 후 내 코너를 준비할 계획이다. 요즘 개그 트렌드가 아주 빨리 변화되는데 일단 그 트렌드에 빨리 융화되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 그러나 내 특기인 개인기를 버릴 수는 없다. 지금은 원맨쇼 장르가 없지만 (심)형래 형이 몸 개그를 하다 갑자기 스탠딩 개그를 하면 어색하듯이 '맹구' 심현섭이 장기를 버리고 전혀 다른 것을 선보일 수는 없는 것 같다.
--개그 프로그램의 인기가 옛날 같지 않다.
▲개그는 호흡과 공식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엔 그런 게 없다.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속에서 후배들의 수명은 짧아지고 그들을 잡아주는 선배들은 없다. 그러다보니 개그맨들이 개그를 모두 '자기화'하고 있다. 젊은 층, 어린 층을 겨냥한 개그만 나온다는 말이다. 개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려면 가족 전체가 시청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웃찾사'가 신구 세대가 어우러지는 가족 개그프로그램을 탈바꿈하려는 것 같다.
--복귀의 각오를 말한다면.
▲예전의 명성을 다시 못 찾을 수도 있다. 인기를 되찾는 속도가 더딜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 대한 모든 부정적인 시선을 헤쳐나가 다시 사람들을 웃기고 싶다. 예전과 똑같이 안된다는 것 잘 안다. 욕심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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