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앤젤리나 졸리, 조지 클루니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반전 캠페인, 난민 구호 활동 등을 통해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앞장선 가운데 환경운동의 대표 주자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11번째 시간'을 들고 찾아왔다.
디캐프리오가 제작과 내레이션을 맡은 이 영화는 최근 환경재단ㆍ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주최 특별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정식 개봉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이 영화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로 올해 초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불편한 진실'과 흔히 비교되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점은 환경의 위기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이기보다 정치적으로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이다.
해설자인 디캐프리오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때때로 카메라 앞에 서서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위기에 놓여 있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디캐프리오의 스타성에 기대어 대중의 발길을 극장 앞으로 이끌려 하는 이 영화는 관객의 시선을 화면에 붙잡는 데는 화려한 출연진을 활용한다.
90여 분 길이의 영화에 모습을 드러내는 전문가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노벨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를 비롯해 환경운동가, 분야별 과학자, 작가, 전문기자 등 50여 명에 달한다. 그나마 촬영 과정에 레일라 코너스 피터슨ㆍ나디아 코너스 감독이 실제로 인터뷰했다는 150명보다는 1/3 수준으로 줄어든 것.
전문가들은 일제히 "지금처럼 환경 파괴가 계속된다면 인류는 머지않아 멸종하고 지구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후반부들어 변화에 따른 개선 가능성이 희망찬 목소리로 제시되기는 하지만 이들의 어조는 대체로 비관에 가깝다. 이렇게 많은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인류 멸망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니 보는 이들이 외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의 목적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의 목소리는 너무 많고 너무 높다. 해설자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오는 수준을 넘어서 전문가 인터뷰가 모자이크처럼 엮여 영화 전체를 만든다. 학생들에게 정보를 주고 자연스럽게 소화할 시간을 주는 수업이 아니라 강사 수 십 명이 총동원돼 출제 가능성 높은 문제를 집중 풀이하는 주입식 강의에 가깝다. 영화적으로도 밀고 당기는 긴장감과 감동이 부족하다.
다만 후반부에서 위기를 타개할 만한 기술적인 답안지를 내놓고 있는 점은 이 영화의 강점이라 할 만하다. 그 해법은 물론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반적인 생활의 변화다. 개개인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연결할 만한 실질적인 실천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정부와 기업 정책부터 개인의 일상까지 변화를 요구하는 이 영화의 정치적 목소리는 올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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