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2월 개봉 영화 중 흥행에 관한 한 가장 폭발 잠재력을 지닌 영화로 손꼽히는 '색즉시공 시즌2'(감독 윤태윤, 제작 두사부필름)가 전편보다 더 센 강도로 대중의 관심을 유발한다.
한마디로 누가 뭐라든 흥행 공식에 충실한 상업영화다. 제작사 측은 '유흥영화'임을 강조한다.
2002년 개봉 당시 '18세 이상' 등급 영화로는 드물게 전국 관객 420만 명을 동원하며 기대 이상의 빅히트를 해 하지원을 스타덤에 안착시킨 이 영화는 5년 후 '애들은 가라!'라는 똑같은 홍보 문구로 성인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임창정을 비롯해 최성국ㆍ신이ㆍ유채영 등 주요 출연진이 재등장한다. 다만 하지원이 송지효로 바뀌어 출연진 중 거의 유일하게 그때와 똑같이 청순미를 자랑하고, 진재영을 대신해 이화선이 '쭉쭉빵빵'한 몸매로 등장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강도는 세졌고 상상력은 빈곤하다.
그러나 '색즉시공'이라는 브랜드가 '강도'에 포커스를 맞춘 까닭에 솔직히 대중의 관심은 '얼마나 야하냐'일 테고, 그렇다면 영화는 성공작이다. 또한 미국영화 '아메리칸 파이'보다 더 세졌다는 '색즉시공'의 화장실 유머 역시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로 세다. 바꿔 말한다면 보면서도 이를 역겨워하는 여성 관객이 많을 것이라는 뜻.
'색즉시공'이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섹스에 대한 동경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한편 영화 속 하지원의 임신과 유산의 과정을 통해 이에 대한 경각을 불러일으키며 임창정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감동을 유발한 점은 이 영화가 지탄을 피해가면서도 되레 '솔직한 영화'라는 관객의 지지를 이끌어내게 했다.
'색즉시공 시즌2'는 이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다. 우선 데뷔작 '두사부일체'에 이어 '색즉시공'으로 대번에 흥행감독이 된 윤제균 감독은 이번에 제작과 시나리오를 맡았다.
'색즉시공'에서의 에어로빅부는 수영부로 바뀌었고, 차력 동아리는 이종격투기 종목으로 바뀌었을 뿐 동아리 회원들은 여전히 어떻게 해서든 하룻밤 섹스를 위해 혈안이 돼 있으며, 사탕을 항문에 집어넣는 장면에서 보듯 유치하기 짝이 없는 장난질에 여념이 없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원하든 원치 않든 여배우들의 맨 가슴을 수시로 볼 수 있다는 것도 똑같다. 모델 출신 이화선은 영화가 원하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새로 바뀐 파트너를 향해 은식(임창정 분)이 순정을 바치는 사랑도 같고, 뉴페이스 경아(송지효)의 비밀이 하지원의 임신처럼 풍기문란한 사회에 던지는 비판의 칼날이며 동시에 영화의 방패막이가 된다.
전편에서 여자 같은 남자로 등장했던 이대학이 성전환 수술을 한 여자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는 장면은 '색즉시공'팀의 의리를 보여준다. 단순한 카메오 출연이 아닌 이대학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풀어내주는 배려를 했다. 하지원도 영화 초반 우정출연한다.
은효(하지원)를 떠나보낸 은식은 상심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급기야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경아를 만나고 3년 후 그들은 오래된 연인이 돼 있다.
은식은 여전히 고시 준비생. 경아는 학교의 퀸카 수영부원이다. 에어로빅을 지도했던 유미(유채영)가 수영부 감독이 돼 있고, 경주(신이)는 수영부 코치다. 차력 동아리 회장 성국(최성국)은 시대 흐름에 발맞춰 차력 동아리를 이종격투기 동아리로 탈바꿈시킨다.
은식과 경아는 3년 동안 몸을 섞지 않았다. 경아는 웬일인지 섹스를 피하고, 그런 경아를 은식은 아쉬움(?) 속에 받아들인다.
성국을 놓고 유미에게 강력한 도전장을 내미는 늘씬한 미녀가 나타났으니 경아 전담 수영 코치로 영입된 영채(이화선)다.
은식에게도 너무 센 라이벌이 등장한다. 경아의 어린 시절 이웃이었던 기주(이상윤)가 검사가 돼 등장한 것. 경아 어머니는 은식에게 경아를 위해 헤어져달라고 요구한다.
줄거리는 크게 상관없다. 동상 위에서 팬티 바람으로 몽정하는 은식, 성국을 향해 몸을 던지며 가학적인 섹스를 즐기는 영채, 동아리 회원들의 유치한 장난, 키스하기 게임, 이들의 행위를 훔쳐보는 두 명의 감초 등등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그냥 만나면 된다.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는 이 영화의 진정성을 담보해준다. 벗지 않는 주연 여배우를 위해 몸 바치는 연기자들…. 특히 임창정의 연기는 이 시리즈에서 빛을 발하는 듯하다. 웃기는 피에로 분장을 한 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마음을 달래는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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