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독특한 영화적 풍광 있는 도시"

<인터뷰> 촬영 답사차 방한한 美 영화인 3명

(연합뉴스) 로이 리 버티고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매니지먼트360의 윌리엄 최, 피터 키어넌 등 미국 영화인들이 할리우드 범죄물 로케이션 촬영의 사전 답사차 서울을 방문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20세기폭스사의 자회사인 폭스 아토믹이 제작할 이 영화는 리들리 스콧의 '블랙 레인'(1989)의 리메이크작으로, 한국의 범죄 세계에 잠입하기 위해 거물급 범죄자와 힘을 합치는 미국 형사의 이야기다. 제목이나 감독, 배우들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이들은 "서울은 독특한 영화적 풍광이 있는 도시"라며 "제작비 90억~140억 원가량 투입될 이 영화의 75~80% 정도를 서울에서 찍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국 제작사가 프로덕션에 적극 참여하게 될 뿐 아니라 주연ㆍ조연 대부분도 한국인 배우들이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이 리가 이끌고 있는 버티고 엔터테인먼트는 '무간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인 '디파티드'와 '주온'의 리메이크작 '그루지' 등 아시아 영화의 판권을 구입, 기획한 바 있다. 또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매니지먼트360에는 토비 맥과이어와 리즈 위더스푼 등이 소속돼 있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어떤 프로젝트인가.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한편 제작을 위해 한국 스튜디오와 접촉하는 단계다. 제목이나 가제는 아직 없다. 아직 조사 단계라 정확한 일정은 말하기 어렵다. 앞서 '그루지'(감독 시미즈 다카시)는 일본 도쿄에서 찍었는데 덕분에 제작비가 적게 들었다. 앞으로도 1년에 1편가량 해외에서 촬영하려 한다.(로이 리, 이하 리)

▲20세기폭스에서 국제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아 이 작품도 받아들여졌다.(윌리엄 최, 이하 최)

▲정확하진 않지만 내년에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피터 키어넌, 이하 키어넌)

--서울을 둘러 본 느낌은.

▲한국은 처음 와 봤다. 영화적인 풍광을 가진 도시인 것 같다. 일반적 대도시 분위기에 더해 독특한 느낌이 있다. 아직까지 서울에서 해외 영화가 로케이션 촬영된 적이 없는 게 놀랍다.(키어넌)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서울이란 도시의 영화적인 면모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감독에게 달려 있긴 하지만 우디 앨런의 맨해튼처럼 서울을 독창적인 공간으로 담아내려고 한다.(최)

▲남산의 서울타워에서 내려다본 전경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서울이 얼마나 큰지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리)

--제작비는 어느 정도로 잡혀 있나.

▲1천만~1천500만 달러(약 90억~140억 원) 정도다. 한국에서는 보통 300만~600만 달러(약 25억~55억 원)라고 들었으니 이 정도면 양질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리)

--서울 로케이션 촬영의 비율은.

▲지금 계획한 바로는 75~80%를 서울에서 찍고 나머지는 LA에서 찍으려 한다. 이전에 '그루지'는 거의 모두 일본에서 찍고 보충 촬영만 시카고에서 했다. 한국 프로덕션의 수준은 미국과 비슷한 정도라고 본다. 뉴욕에서 찍을 것을 한국에서 찍어도 그대로 나오는 것 같다.(리)

▲채닝 테이텀도 초청받았지만 스케줄 때문에 못 왔다. 그 역시 서울에서 촬영하는 데 큰 흥미를 보이고 있다.(최)

--감독은 내정됐나. 한국 감독으로는 김지운 감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데.

▲20세기폭스에 이 작품을 승인받을 때 많이 알려진 이름인 김지운 감독이 거론됐지만 아직 감독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인 감독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리)

▲감독 선정은 각본이 우선이다. 향후 몇 달 정도에 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최)

--한국 제작사와는 어느 정도로 협업을 할 계획인가. 한국인 배우도 많이 참여하나.

▲단순한 지원은 아니고 동등한 위치에서 협업하게 된다. '그루지'의 경우 일본 제작사가 실질적인 프로덕션을 모두 맡은 바 있다. 배우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 될 것이다. 젊은 남자 갱스터와 약간 나이가 있는 여자 갱스터 역할도 한국 배우에게 맡기려 한다.(리)

--한국에는 '조폭 영화'가 많은데 이 프로젝트가 관련이 있나.

▲연관성이 있다기보다는 우리는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다. '달콤한 인생' '친구'를 인상 깊게 봤다. 또 미국인들도 '대부'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갱스터 영화를 보며 자라났기 때문에 갱스터 장르를 좋아한다.(최)

--덕 정은 어떤 작가인가. 그의 기획안으로 결정한 이유는.

▲덕 정은 하와이에서 태어나 미국 본토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다. 영화 '컨피던스', TV시리즈 '빅 러브' 등을 썼다. 한국계라서가 아니라 글 쓰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뽑았다. 그의 기획안은 미국의 형사와 한국의 갱스터 범죄자가 만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리)

--후반작업을 한국에서 할 가능성은.

▲한국인 감독과 작업하게 되면 후반작업 역시 한국에서 하게 될 것이다. '그루지'의 (시미즈 다카즈) 감독은 섭외 당시나 지금이나 영어를 못한다. 한국 감독과 일한다고 해서 그가 반드시 영어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리)

--한국 감독에게 어느 정도의 편집권이 주어지나.

▲만약 한국과 미국 버전이 따로 만들어진다면 한국 편집권은 감독에게 주고 미국 버전은 이를 바탕으로 20세기폭스에서 승인하는 쪽으로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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