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ㆍ로고송, 궁합 맞춰 짝짓기 치열>

(서울=연합뉴스) 선거철마다 그해 히트곡을 향한 각 정당 후보들의 구애가 치열하다.

친숙한 노래와 율동은 거리의 표심에 감성으로 호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당은 '반짝이는' 선거 로고송 채택을 위해 앞다퉈 음반기획사에 제안서를 들이민다.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은 노래는 단연 원더걸스의 '텔 미(Tell Me)'.

그러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는 "멤버들이 미성년자여서 선거권이 없는 데다, 국민적인 히트를 한 노래가 특정 후보를 위해 쓰이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각 당의 제안을 모두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텔 미'는 오랜만에 나온 다세대를 포괄하는 전 국민적인 인기곡"이라며 "모든 정당이 사용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어떤 노래가 각 후보에게 낙점됐는지 살펴본다.

◇장르ㆍ세대 파괴한 선곡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신세대 노래와 방송 프로그램 및 CF 배경음악을 적극 활용한다.

영화 '라디오스타'에 수록돼 인기를 끈 펑크밴드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를 '이번엔 이명박', 그룹 슈퍼주니어T의 '로꾸거'를 '이명박 송', 박현빈의 '오빠만 믿어'를 '명박만 믿어'로 개사했다. 이밖에도 인기 오락프로그램 삽입곡인 '무릎팍송'과 자동차 광고 히트 CM송인 '달라송' 등 7곡을 공식 로고송으로 발표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장윤정의 '어부바'를 개사한 '사랑해요 정동영'을 비롯해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비판곡으로 쓰인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 창작곡인 '아자!아자!아자!', '정동영송'을 사용한다.

정 후보 측은 "트로트, 댄스 등 경쾌한 대중가요를 쓰는 건 유세장에서 표심에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라며 "그러나 후보를 상징하고 홍보할 내용이 담긴 우리만의 노래를 갖자는 취지 아래 창작곡을 다수 만들었다. 돌림노래 형식의 '아자!아자!아자!'는 '행복 대통령, 평화 대통령, 통합 대통령, 우리 대통령'이란 가사가 반복돼 중독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남성듀오 지누션의 '말해줘'와 박주희의 '자기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박현빈의 '곤드레 만드레',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장윤정의 '짠짜라' 등을 사용한다.

올해도 여실히 드러나지만 전통적으로 선거 로고송은 트로트곡이 강세다. 트로트 4대 천왕으로 꼽히는 송대관, 설운도부터 신세대 장윤정, 박현빈, 슈퍼주니어T의 노래까지 대부분의 후보가 트로트를 채택했다.

◇대중음악 파괴력 이미 검증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힙합그룹 DJ DOC의 'DOC와 함께 춤을'을 'DJ와 함께 춤을'로 개사해 톡톡히 효과를 봤다. 또 2000년 총선에서 이정현의 '바꿔'는 정치 개혁을 향한 유권자의 바람을 타고 총선시민연대의 로고송으로 각광받았다.

2002년 대선에서 기타를 든 노무현 대통령이 '상록수'를 부르며 흘린 광고 '노무현의 눈물'도 지지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줬다.

2004년 총선에선 국민적인 인기를 누린 MBC TV '대장금'의 주제가인 '오나라'를 쓰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싸이의 '챔피언'도 선거철마다 주목받았다.

임진모 씨는 "대중음악은 유비쿼터스(Ubiquitous)적인 측면이 있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음악과 선거 기획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이에 각 후보는 대중에게 검증받은 곡을 사용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특히 서민에게 어필할 트로트가 상당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이미 대중가요의 파괴력은 검증됐다"며 "대중음악적인 친근한 이미지가 후보의 표밭을 일구는 데 도움이 되고 선거 참여도가 낮은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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