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장의 설레는 수능 “사회복지사 돼 남 돕고파”

임성준기자 /사진=전형민기자 hmje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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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떨리지만 공부한 만큼 후회없는 시험을 치르고 싶어요.”

‘수능 D-2’를 바라보는 권보라양(18·수원여고 3년)은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시험을 코앞에 둔 떨리는 수험생이다. 하지만 권양은 친구들과는 달리, 혼자 힘으로 학창시절 마지막 시험을 준비해 온 소녀가장이다.

13일 학교에서 만난 권양은 구김살이 없었다. 또래처럼 지루한 수업엔 졸고, 좋아하는 수업땐 눈이 초롱초롱 해지며, 친구들과 수다떨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권양은 늦은 밤 지친 몸을 이끌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언제 돌아가셨는 지 기억조차 못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아버지와 가끔 만나는 것이 행복한 권양. 외가댁과 고모댁에서 자라다 지난해부터는 대한주택공사의 대출지원으로 자그마한 원룸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새벽 5시30분 기상, 밤 11시 귀가. 남들처럼 고액과외도, 학원수업도 변변히 받을 수 없는 만큼 학교수업에 충실했던 권양. 매일 버스를 타고 오산에서 수원까지 고된 등하굣길을 오가지만 잠들기 전 꼬박꼬박 1시간씩 그날 배운 수업내용을 되새기고 잠이 들었다.

이미 모 대학 보건복지학부에 수시합격 됐지만 좀 더 높은 꿈을 위해 수능을 본다는 권양은 사회복지사가 꿈이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지원으로 정부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 만큼 자신도 남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졌다.

권양은 “몇 달 있으면 소녀가장도 졸업하는 것”이라며 “대학에 가면 꼭 봉사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성준기자 sjl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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