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재즈 역사상 최고의 트럼페터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쳇 베이커(Chet Baker)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그는 걸작 '마이 퍼니 밸런타인(My Funny Valentine)' 등으로 쿨 재즈의 대표적인 트럼페터이자 보컬리스트로 꼽힌다. 천부적인 감각을 지닌 연주실력을 비롯해 우수에 젖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달콤한 목소리로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사생활은 고독과 치욕으로 얼룩졌다. 마약 살 돈을 벌기 위해 연주했고, 마약을 구하기 위해 아내로 하여금 다른 남자에게 몸을 팔게 했다. 자식에게는 옷 살 돈 한푼 건네지 않았으며, 결국 198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의문의 추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산 천재 재즈 트럼페터 베이커의 전기 '쳇 베이커: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Deep In A Dream:A Long Night Of Chet Baker)가 재즈비평가 김현준 씨에 의해 번역돼 선보였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제임스 개빈이 쓴 이 책은 베이커 주변 인물과의 철저한 인터뷰와 미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그의 삶과 음악세계를 파헤쳤다. 을유문화사의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의 14권으로 출간됐다.
개빈은 이전에 발간된 베이커 관련 서적과 달리 뮤지션의 인물상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1996년부터 5년 동안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그의 행적을 쫓았다.
책 두께는 두툼하지만 베이커가 네덜란드에서 최후를 맞는 정황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 지루한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베이커의 행적을 옮겼으며,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갔다.
또 책은 베이커의 연주 장면과 지인들의 사진 60여 컷을 실어 눈길을 끈다. 원서의 사진 외에 역자가 개인적으로 소장한 앨범 재킷 사진도 첨가했다.
아울러 EMI는 이번 책 출간을 기념해 베스트 음반 '더 베리 베스트 오브 쳇 베이커-더 퍼시픽 재즈 이어스(The Very Best Of Chet Baker-The Pacific Jazz Years)'를 발매했다. 역자인 김 씨가 베이커의 전성기 시절을 중심으로 국내 팬의 감성에 맞는 35곡을 골랐다.
김 씨는 선곡뿐만 아니라 각 곡에 맞는 해설도 직접 덧붙였다. '마이 퍼니 밸런타인', '유 돈트 노 왓 러브 이스(You Don't Know What Love Is)' 등 대표곡이 2장의 CD에 나뉘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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