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인터뷰> 故 에드워드 양 부인

PIFF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대리 수상

(연합뉴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지난 6월 타계한 '대만 뉴웨이브의 선구자' 에드워드 양 감독의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 대표작 8편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마련하는 한편 그를 추모하는 세미나까지 마련했다.

에드워드 양의 부인이자 영화 제작자인 카일리 펑이 부산을 찾았다.

펑은 6일 밤 PIFF 집행위원회와 에르메스 코리아 주최로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 영화인의 밤'에 참석해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대리 수상하며, 7살 난 어린 아들 션이 아버지를 대신해 핸드프린팅에 나선다.

펑은 이날 저녁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양 감독의 작품세계와 추모 활동 계획 등을 설명했다.

"부산영화제가 감독님을 위한 행사를 많이 마련해 줘서 참 고맙습니다. 고인은 평소 부산영화제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지켜보곤 했어요. 세계의 친구들이 감독님의 정서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게 됐으니 감독님도 기뻐하실 겁니다."

양 감독은 '타이페이 스토리'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등에서의 독창적인 미학으로 대만 뉴웨이브의 주역으로 평가받았으며 '하나 그리고 둘'로 2000년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그가 타계한 직후 한 국내 네티즌이 그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감독'이라고 평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자 펑은 "굉장히 적합한 표현"이라고 반겼다.

"고인은 생활에서나 작품을 만들 때나 일단 머릿속에 완벽히 구상을 해 놓고서 하나씩 천천히 꺼내는 편이었어요. 그분이 가장 좋아했던 작품이요? 늘 '하나하나 소중한 아이 같은 영화'라고 하곤 했죠. 제 생각에는 고인이 '하나 그리고 둘'에 가장 만족했던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공포분자'와 '하나 그리고 둘'을 똑같이 좋아합니다."

그는 1991년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대만에 돌아왔을 때 친구가 여는 파티에서 양 감독을 만났다면서 '아이 같은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첫 화젯거리는 바흐의 음악과 우디 앨런의 영화였어요. 첫인상이요? '저렇게 나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아이 같을 수 있을까'였어요(웃음). 아내를 아껴주는 자상한 남편이었고 지적으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죠."

양 감독은 세계 언론과 평론가들에게는 높이 평가됐으나 정작 대만에서는 그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수작 '하나 그리고 둘'은 대만에서 아직까지 개봉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도 잘 모르겠어요. 각지에서는 영화에 대한 평가가 다르기도 하고, 대만의 영화 상영 제도 부분에도 문제점이 있겠죠."

그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양 감독이 남긴 작품들을 정리하고 DVD로 제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수 년 동안 노력했지만 끝내 햇빛을 보지 못한 영화 '바람'을 완성하는 일이다.

"이 영화는 동화이기 때문에 건물을 짓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인이 이미 토대를 모두 닦아놓은 상태입니다. 프랑스와 중국 합작으로 만들게 될 겁니다. 다른 감독의 손길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완성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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