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클래식의 향연 '카핑 베토벤'

(연합뉴스) '카핑 베토벤'은 '토탈 이클립스'(1995년)로 천재 시인 아르튀르 랭보와 폴 베를렌의 위험한 사랑을 그렸던 여성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가 비슷한 감수성으로 위대한 음악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말년을 파헤친 작품이다.

차이점이라면 실존 인물인 랭보와 베를렌의 사랑이란 어느 정도 알려진 실화를 토대로 했지만 '카핑 베토벤'은 허구의 젊은 여성을 내세워 베토벤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 속에 그려냈다는 점이다.

영화의 큰 줄기는 베토벤의 조수이자 제자인 안나 홀츠라는 여성과 베토벤의 음악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교감이다. 그러나 역시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매력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베토벤의 교향곡과 푸가, 피아노 소나타일 것이다. 9번 교향곡의 초연 장면은 클래식을 전혀 알지 못하는 관객이라도 가슴 벅찰 만큼 웅장하고 감동적이다.

18세기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 괴팍한 성격의 베토벤(에드 해리스)은 청각을 잃으면서 더욱 난폭해진다. 그는 마지막 교향곡인 9번 교향곡의 초연을 며칠 앞두고 자신이 그린 악보를 연주용으로 옮겨 베낄 카피스트를 찾고 있다.

음대 우등생인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는 교수의 추천으로 베토벤을 찾아오고 여성이란 이유로 안나를 우습게 보던 베토벤은 안나가 베낀 첫 번째 악보에서 베토벤이 틀린 음을 고쳐놓은 것을 보고 그녀의 재능을 알아챈다.

베토벤과 안나는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면서 9번 교향곡의 완성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초연을 앞두고 귀가 들리지 않는 베토벤은 돌연 오케스트라 지휘를 직접 맡겠다고 나선다.

에드 해리스는 불안하고 고독하지만 젊은 여성 제자를 향한 작은 떨림을 가진 말년의 베토벤을 연기하면서 이름값을 했고 '트로이'에서 전쟁의 원인을 제공하는 최고의 미녀 헬레네 역할을 맡았던 다이앤 크루거가 베토벤의 여자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영화에는 허점이 꽤 많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두 주인공은 성미 괴팍한 천재 예술가와 운명의 여인이란 정형화한 캐릭터로 그려져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에는 다소 부족하고 안나의 남자친구와 베토벤의 대립각 역시 무디고 작위적이다. 이야기의 깊이와 진정성이 약해 오히려 아름답고 장중한 배경 음악이 뜬금없이 느껴질 때도 있다.

이 영화는 올해 열린 제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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