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 선정 '주목할 만한 프로듀서 10인' 김지운 감독과 '맥스 앤드 정크맨' 리메이크
(연합뉴스) 올 초 '그놈 목소리'를 창립작으로 내놓은 영화사 집 이유진(39) 대표의 행보에 영화계의 관심이 크다.
그는 최근 미국의 유력 영화전문지인 버라이어티가 발표한 '주목할 만한 10인의 프로듀서'에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고, 올 초에는 김지운 감독과 함께 미국 할리우드의 대표적 에이전시인 CAA와 2년간 전속계약을 체결해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7년간 광고회사에서 일한 후 영화사 봄에 들어가 1997년 이재용 감독의 '정사'에 참여하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은 그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너는 내 운명'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아왔다. 10월3일 개봉할 황정민ㆍ임수정 주연, 허진호 감독의 '행복'도 그의 손을 거쳤고, 그의 회사에서 제작하는 작품.
그가 영화사 봄에서 일할 때부터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를 얻기 위해 부단히 교류해온 것은 영화계 주지의 사실.
"CAA와의 계약으로 아직 뭔가 달라진 건 없다"면서도 "한국 영화의 시장을 넓혀야 하는 분명한 때"라고 말하는 이유진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이유진 대표와 일문일답.
--올 초 김지운 감독과 함께 할리우드의 유명 에이전시인 CAA와 계약했다. 뭔가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나.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CAA 측 인사와 만났고, 그때부터 계약 논의가 있었다. CAA를 비롯한 미국 영화계에서 한국 영화와 영화감독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등. 브래드 피트가 '괴물'을 보고 봉 감독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고도 한다.
'장화, 홍련'으로 김지운 감독을 눈여겨보던 시기였고, 2년 뒤인 지난 2월 계약했다. 그 계약으로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목표라기보다는 뭔가 무르익었을 때 (작품이) 나올 것이다.
현재 결정된 건 그쪽에서 프렌치 느와르 리메이크를 제안했고, 수많은 시나리오를 검토한 후 '맥스 앤드 정크맨'을 리메이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영화사인 스튜디오 카날이 투자하는 영어 영화다. 제작비가 큰 영화는 아니다. 동양 감독이 영어 영화를 만드는 것인데도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해줬다. 리메이크하는 과정에 김지운식의 감성과 감각이 들어갈 것이다. 김 감독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 중이어서 아직은 모양새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할리우드에서 감독과 프로듀서를 콤비로 묶어 계약했다.
▲아마 우위썬(吳宇森)감독과 프로듀서 테렌스 창의 성공적인 안착이 모델이 됐을 것이다. 테렌스 창은 내게도 역할 모델이 된다. 우위썬 감독과 30년간 같이 일하며 작품을 만들어냈다. 할리우드 입장에서도 감독과 가장 잘 맞는 프로듀서가 함께 갈 때 훨씬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인의 강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나.
▲정말 좋아한다. 김지운 감독 작품 중 '장화, 홍련'을 눈여겨봤는데 호러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 느와르 장르인 '달콤한 인생'을 만들었다는 것에 놀라더라. 김지운, 박찬욱 감독의 경우 정서가 다분히 유니버설한 측면이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때로 아슬아슬하지만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다.
--버라이어티지가 주목할 만한 10인의 프로듀서로 꼽았다. 소감은.
▲너무 뻘쭘하다. 누가 선정한 건지도 모르겠고(웃음).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인데. 다만 또 다른 세계이고 시장이 있으며, 프로듀서로서 절실히 바라는 바가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돈 단위가 다르다. 한국 영화계로서도 어떤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예전에는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을 팔았다는 것 만으로도 '와'하고 좋아했는데 우리가 영어로 세계 시장을 겨냥해 영화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한번 시도해 볼 만한 일이다. 사고를 넓히면 이 안에서만 하는 것을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합작영화가 붐을 이루고 있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것인데.
▲홍콩 영화인들은 굉장히 적극적이다. 일단 영어와 함께 엄청난 시장인 중국어가 된다. 언어 구사는 큰 경쟁력이다. 대만도 그렇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대표는 함께 작업한 감독과 배우가 깊은 신뢰를 보낸다. 비결이 뭔가.
▲솔직히 누구누구랑 친하다는 말이 짜증날 때도 있었다. 여자라서 그런가 보다 했다. 이 나이가 되니 그런 말도 고맙지만. 하하. 다른 프로듀서도 그렇지만 작품을 같이 하는 감독, 배우와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뭘 커버해야 하는지. 작품도 작품이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스캔들'로 영화 데뷔한 배용준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놀랐다. '욘사마'에게 심한 소리를 한다고(웃음). 아마 그래서 오히려 배용준이 날 신뢰했던 것 같고.
--영화 프로듀서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늘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 내가 과연 옳은 판단을 적절한 시기에 하고 있는가에 대해 매순간 두렵다.
--'행복'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작자로서 '행복'을 소개하자면.
▲허진호 감독은 사랑 이야기를 하는 감독이다. 일상의 디테일을 재미있고 위트 있는 대사로 표현해낸다. 전작 '외출' 때는 파격적인 설정에 허 감독의 장점이 묻힌 것 같은데 '행복'은 허 감독의 장점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랑이라는 게 달콤하기도 하지만 무척이나 잔인하기도 하다는 시각으로 접근한다. 한마디로 슬픈 사랑 이야기다.
--또 어떤 작품을 기획 중인가.
▲두 작품을 같이 한 박진표 감독의 차기작인 멜로 영화를 진행하고 있다. '타짜'의 최동훈 감독은 아마 판타지 액션을 하게 될 것 같아 생각보다 일이 커지게 생겼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민규동 감독도 늦가을이면 들어갈 것 같고,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노동석 감독의 독립영화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에게 참 많은 것을 배웠다"며 현재 자신의 역량을 키워준 이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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