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상업적인 활용에 대한 비판도
(연합뉴스) 1인 프로젝트 그룹 스위트박스(Sweetbox)는 귀에 익은 클래식 선율에 힙합과 세련된 팝 멜로디를 첨가해 유럽과 아시아권 시장을 석권했다.
'에브리싱스 고너 비 올라이트(Everything's Gonna be Alright)'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라이프 이즈 쿨(Life is Cool)'은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 '애딕티드(Addicted)'는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테마, '돈트 푸시 미(Don't Push Me)'는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차용했다.
국내 대중음악계에도 클래식 샘플링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양파의 '사랑…그게 뭔데'는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씨야의 '사랑의 인사'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 신혜성의 '첫사람'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등 클래식을 주요 멜로디에 삽입해 모두 히트 넘버가 됐다. 또 최근 5집을 발매한 휘성도 타이틀곡 '사랑은 맛있다♡'에 베토벤의 '비창' 선율을 깔았다.
샘플링은 기존 팝ㆍ클래식 등 특정 녹음물로부터 일정 부분을 뽑아내 다른 작품의 일부분으로 사용하는 음악 기법. 이 경우 저작권자 및 저작인접권자(가수ㆍ연주자ㆍ음반제작자) 등 권리자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고 저작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클래식 곡은 예외가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저작권은 저작자 사후 50년까지 보호되므로 베토벤, 모차르트 등 클래식 음악가의 곡들은 저작물의 권리가 소멸한 상태"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특정 연주자가 녹음한 곡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저작인접권을 보호해야 한다. 만약 클래식 곡을 직접 연주해 녹음한 경우에는 저작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저작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은 대중음악에 클래식 샘플링을 부추기는 배경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국내의 한 싱어송라이터는 "해외 팝을 샘플링할 경우 원곡의 퍼블리싱을 관리하는 국내 회사를 통해 원저작자에게 허락을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래 수익의 일부를 저작료로 지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클래식 곡 선호 이유를 설명했다.
소니 ATV 뮤직 퍼블리싱의 허영아 대표 역시 "팝 샘플링의 경우 원저작자에게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저작료를 지불하거나, 국내 작곡가가 샘플링을 한 노래 자체의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때문만은 아니다. 귀에 익은 클래식 곡을 사용할 경우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첫손에 꼽힌다.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양파의 '사랑…그게 뭔데', 휘성의 '사랑은 맛있다♡'를 작곡한 박근태 씨는 "수많은 곡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중의 귀를 한번에 사로잡지 못하면 사장되는 게 현실"이라며 "곡 주요 부분에 클래식 선율을 깔고 창작된 멜로디 혹은 랩을 새로이 입힐 경우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실 그간 대중음악 시장에서 클래식 샘플링 곡들이 유독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았음은 이미 입증됐다. 독일 가곡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를 사용한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과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테마를 삽입한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H.O.T의 '아이 야(I Yah)!'는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신화의 'T.O.P'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정경, 박지윤의 '달빛의 노래'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 동방신기의 '트라이앵글'은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샘플링했다.
이 같은 편중된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학창 시절 교실에서 배운 클래식은 소구력이 무척 높은 음악"이라며 "최근 번빈한 클래식 샘플링은 음악적인 고민보다 상업적인 고려가 앞선다. 창작 멜로디와 클래식의 음악적인 접합이 아니라 판에 박힌 소재를 사용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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