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극단 초인 ‘선녀와 나무꾼’을 보고

화서문 배경으로 연기력·음향 만족

남녀노(男女老)가 보기에는 재미가 있었지만 소(少)까지 함께 보기에는 살짝 민망한 연극, 극단 초인의 ‘선녀와 나무꾼’이 지난 20일 저녁 수원 화서문 한켠에 설치된 자그만 연극무대에 올랐다.

3일 동안 진행된 탓인지 입소문이 퍼져 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연극을 보기 위해 몰려 들었다. 실외여서 답답하지는 않았지만 한켠을 막아 마련한 좁은 객석은 금새 관객 250여명으로 가득 차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는 사람까지 있었다. 제목만 보면 동화책에서 금방 나온 것처럼 가족극 냄새가 풀풀나기 때문인지 가족단위 관객들이 많았다.

연극이 시작되고 한 많은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데 음향이 훌륭하다. 실외여서 음향이 약간 이상하더라도 봐줘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치 실내 극장에 앉아 연극을 보는듯 또렷한 노래와 음향이 연극 내내 즐거움을 더해줬다.

크게 무대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화서문을 배경으로 한 무대는 일단 보기 좋았다. 배우들은 넓지 않은 무대를 효율적으로 분할해 사용하면서 간단한 소품들 또한 활용도를 높여 지저분한 자투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체적인 극의 짜임새가 하루 이틀 공연한 작품같지 않았다. 오랜 기간 다듬어진 것처럼 스토리 전개도 자연스럽고 다양한 소스를 담고 있었다. 고부간의 갈등, 전쟁, 사랑, 민중의 생명력 등 살아온 환경에 따라 관객들은 여러 이야기를 듣고 갈 수 있는 연극이었다.

아이들이 객석에서 조금씩 웅얼거리긴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나 극에 집중하기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옥의 티를 굳이 찾자면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자가 너무 작았다는 점과 창녀촌을 묘사한 부분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는 적절치 않았던 점 등이다. 민망한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정작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듯 했지만, 부모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겸연쩍은 웃음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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