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뮤직 B2B 프로모션 사재기 논란>

"차트 순위 올리려 구입해 신뢰성 훼손"

"비용에 비해 효과 높은 홍보창구일 뿐"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차트 순위를 올리려는 음반사의 사재기인가, 정당한 온라인 프로모션인가.

싸이월드가 음반 배너 광고를 사이트에 노출해주는 대신 미니홈피 배경음악(BGM)을 곡당 500원씩 판매하는 상품을 음반기획사에 제공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사가 구입한 음원은 싸이월드 배경음악 인기 차트(실시간 차트, 일간 베스트)는 물론 음원 매출에도 반영된다. 특히 싸이월드는 매달 미니홈피 배경음악 최다 판매 가수에게 '디지털 뮤직 어워드'를 시상하고 있어 차트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또 기획사의 자사 매입을 부추긴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상품은 '싸이월드 뮤직 B2B 프로모션'. 싸이월드 내 뮤직 페이지에서 배너 광고와 부가 노출 서비스(검색 키워드, 스페셜 추천 음악 등) 정도, 배경음악ㆍ미니홈피 스킨과 장식고리 구매 수량에 따라 상품 가격이 다양하다.

기획사가 일정 기간(보통 2주) 배너 광고를 노출해주는 대가로 배경음악만 구매할 경우 최소 50만 원부터 50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획사가 500만 원을 내면 결국 1만 곡을 구매하는 셈. 이 음원은 싸이월드 등에서 실시하는 이벤트를 통해 참여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1만 곡은 배경음악 인기 차트는 물론 음원 매출에도 반영된다.

실제 싸이월드의 상품 소개 자료에는 한 신인 가수의 노래를 선착순으로 무료 제공하자 배경음악 실시간 차트 순위 5위에 올랐다며 실시간 발송 툴 지원으로 프로모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싸이월드는 온라인상에서 적극적인 음반 프로모션을 원하는 기획사들이 많아 지난해 4월부터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이용해 홍보하는 채널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타 음악 사이트와 달리 미니홈피를 내세운 커뮤니티 사이트인 만큼 특수성에서 고안된 아이디어란 것이다.

담당자인 이진석 과장은 "당초 상품 가격을 50만 원으로 제한해 한 주 네 장의 음반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한정된 사이트 공간에서 배너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액을 다양하게 책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획사가 구입한 배경음악 곡수가 인기 차트에 반영돼 초반 시행착오가 있었던 점도 인정했다. 200만 원 상품을 구입한 가수의 노래 4천 곡을 이벤트 참여 회원에게 하루 동안 발송하자 비인기 가수의 곡이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던 것. 하루 2천 건 이상 판매되면 '톱 100' 차트 20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싸이월드의 설명이다.

이 과장은 "이는 당초 의도와 달리 차트 순위의 신뢰성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무료 음원의 이벤트 후 발송은 하루 1천 건, 실시간 발송은 하루 500건 미만으로 규제했다"고 밝혔다.

또 "'디지털 뮤직 어워드'에서 1위를 하려면 한 달간 15만~20만 곡을 팔아야 한다"며 "1만 곡은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품에 대해 음반업계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먼저 부정적인 시각이다. 음반이 '대박' 나면 "그 기획사 창고에 직접 사들인 음반이 쌓여 있다더라"는 설이 돌 듯 올해 초 가수 A가 싸이월드 등 각종 온라인 차트에서 1위를 달릴 때도 "A의 기획사에서 음원을 다량 구입해 순위를 높였다"는 루머가 오갔다.

한 중견 음반 제작자는 "배너 광고도 걸지만 결국 곡당 500원씩 기획사가 배경음악을 구매하는 것"이라며 "이런 시스템이 확산될 경우 온라인 차트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신인 여가수의 기획사 대표는 "음악채널에서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조건으로 한 달 방송횟수 50회 500만 원, 100회 1천만 원에 전파를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만약 여러 음악 사이트로 확산되면 기획사는 또 다른 금전적인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프로모션 방식으로 비용에 비해 홍보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이 상품을 이용한 남자 가수의 기획사 이사는 "차트 순위를 높이려는 의도보다 프로모션 효과 때문에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벤트 참여 회원이 무료로 배경음악을 받아 미니홈피에 삽입하면 그 미니홈피를 방문해 노래를 들은 수백~수천 명은 모두 구매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가 되기 때문에 몇백만 원만 들이고 매출 면에선 직접적이고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음악 관계자는 "동시에 300~400개의 음반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차트 순위 20~30위권에 들지 못하면 대중에게 소개도 해보지 못하고 사장된다"며 "상위권 진입까진 아니더라도 차트 순위를 올리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히 있다"고 했다.

실제 싸이월드 자료에는 한 여자 가수가 프로모션 진행하기 전에는 배경음악이 5천400건 팔렸지만 상품 진행 후(무료 음원 발송 후) 8배 가량 매출이 상승한 4만 건에 이르렀으며 결국 디지털 뮤직 어워드를 수상했다고 돼 있다.

이처럼 엇갈린 의견 속에서도 음반업계가 한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은 가수와 노래를 소개할 창구가 없다는 것. 이번 논란도 지상파방송 가요 프로그램 수는 과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것마저 인기 가수 위주이기 때문에 온라인 프로모션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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