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여름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세차게 출렁이는 물결, 사납게 몰아치는 폭풍우다. 너무나 강렬해 불안하지만 다음 단계를 위해 그대로 건너뛸 수는 없는 과정. 그래서 여름은 청춘을 상징하는 계절이다.
이번에는 독일에서 여름을 배경으로 한 청춘 영화가 찾아왔다. 마르코 크레즈페인트너 감독의 영화 '썸머스톰'에는 웃통을 벗은 채 깜빡 잠이 들었다가 빨갛게 익어버린 등이 견딜 수 없이 따갑듯, 엄습해 온 정체성의 혼란 앞에서 고통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체성의 혼란이란 곧 금지된 구역과 허용된 구역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마음이다. 이 영화 속의 금기는 '정치적 올바름' 앞에 어느 정도 깨지고 있지만 여전히 비웃음과 냉대를 받고 있는 동성애다.
학교 조정팀 남자부 주장으로 선생님의 기대와 친구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던 토비(로버트 스타드로버)에게는 에힘(코스차 울만)이란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토비와 함께 하던 에힘이 조정팀 여자부 학우인 산드라(미리암 모르겐스테른)와 사귀게 되자 토비는 묘한 감정에 빠진다.
언제나 에힘의 옆자리를 차지했던 토비는 산드라에게 그 자리를 넘겨준 뒤 산드라의 친구인 엔케(알리샤 바흐레다 쿠루스)의 곁으로 억지로 옮겨가게 된다. 엔케는 토비를 좋아하는 티를 은근히 내지만 토비는 매력적인 엔케에게 영 관심이 가지 않는다.
조정팀 남자부와 여자부는 함께 강변으로 여름 합숙훈련을 떠난다. 팀의 에이스인 토비는 훈련에 집중해야 하지만 에힘과 산드라의 애정행각에만 신경이 쓰인다. 토비는 그 감정이 단지 단짝 친구를 여자에게 빼앗겼다는 배신감에서 오는 것인지, 연인을 잃은 듯한 상실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훈련장소에서 만난 다른 조정팀 '퀴어스트로크' 팀원들은 토비의 혼란을 부채질한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팀은 동성애자들로 구성돼 있고 토비가 속한 조정팀의 팀원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준다.
많은 동성애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퀴어영화와 성장영화의 경계에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이 영화는 동성 청소년 간 성행위 장면을 드러내는 본격 퀴어영화이면서도 동성애를 일상이 아니라 갈등의 원인으로 사용하는 성장영화다.
영화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코미디 요소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퀴어스트로크의 게이 팀원들과 토비의 이성애자 팀원들은 시트콤에서 볼 법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관객을 웃긴다. 유쾌한 영화의 분위기는 관객들의 거부감을 덜어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지한 고민을 방해하기도 한다.
영화의 최고 장점은 적절한 캐스팅이다. 가장 중요한 토비 역은 로버트 스타드로버가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그는 록밴드 멤버로도 활약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젊은 배우로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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