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집에는 디지털이 없습니다”“사람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니깐요”
몇년전 한 기자가 유명한 음향감독 집을 방문해 인터뷰하면서 집에 디지털 음원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의아해 하며 질문을 하자 그 음향감독은 이같이 답변했다.
작고, 빠르고, 간편하고, 이쁜 디지털 문화에 젖었던 현대인들이 아날로그 문화를 다시 찾고 있다.
느리고, 과정을 중시하고, 행위를 해야만 하는 아날로그.
과거 아날로그 시절의 문화와 디지털과 공존하는 아날로그의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취미로 인터넷에서 개인 음악방송을 하는 CJ들은 대부분 디지털 음원으로 음악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간혹 턴테이블과 앰프를 이용해서 LP판으로 방송하는 CJ도 있다. 이는 디지털기기의 대표인 컴퓨터를 이용해 아날로그 문화를 전달하고 있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사례일 것이다.
아날로그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
▲LP판 감상
지난 7일 토요일 서울 회현지하상가에 30여명이 모여 자신들이 좋아 하는 LP를 찾고 있었다.
“판을 잘 닦아서 턴테이블에 올려 놓고 카드리지를 올려 놓으면 뾰족한 바늘이 레코드 표면의 소리골을 따라 움직이면서 멋진 소리가 납니다. 좋다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죠”
한 멋진 중년 남자의 엘피 예찬론은 끝이 없었다.
“컴퓨터로 만들어낸 소리는 차갑고 비인간적인데 반해 LP는 옛날 노래와 함께 추억까지 전달해 줍니다”“또 판을 고르다가 정말 좋은 판을 고르면 혼자 뿅(?)갑니다” LP마니아라는 한 여성도 아날로그 행위에 대해 남다른 이력을 내 놓았다.
▲붓글씨와 펜글씨
“요즘은 컴퓨터로 글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똑같아요. 붓글씨와 펜글씨는 사람 마다 서체가 다르기 때문에 누가 썼는지 알지요”수원의 한 서예학원에서 만난 50대 남자는 붓글씨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역시 아날로그적 사고다.
이 남자는 붓글씨를 쓰기위해 문방구를 펼쳐 놓고 물을 떠다가 먹을 간뒤 정돈된 화선지에 향긋한 묵향과 함께 일획을 할때의 기쁨을 붓을 놓지 못한다고 한다.
그냥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면 나오는 디지털 문자와 다르고 힘든 과정이 있는 붓글씨에 빠져든 아날로그 民이다.
그래서 다시 서예용품과 손글씨의 대명사인 만년필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한옥
친환경·친인간·웰빙 공간이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옥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한옥마을이 곳곳에 생기는가 하면 직접 한옥을 짓거나 집 구조를 한옥 스타일로 바꾸는 경향이 늘고 있다. 한옥이 지닌 장점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
아랫목이 있고 처마가 있고 직선보다 곡선이 있으며 자연의 냄새가 짙게 풍겨나오는 한옥. 서울의 한 동사무소는 관공서 건물 특유의 답답한 콘크리트 외벽 대신 한옥 양식을 도입, 대형 유리벽 너머로 자연을 음미할 수 있도록 지어지기도 했다. 역시 아날로그 적이다.
/김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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