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올해도 국내 가요계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10만 장 넘게 팔린 음반은 SG워너비 4집과 에픽하이 4집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오프라인 시장의 불황은 여전했다.
물론 디지털 음원 시장은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얻는 '반짝 수익'만으로 끝없이 가라앉는 음반 시장을 부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위기를 탈출하려는 노력은 다양하게 시도됐다. 티저마케팅, 아날로그 감성마케팅 등 '잃어버린 시장'을 찾으려는 절실한 몸부림이 터져 나왔다. 최근 몇 년간 가요계를 풍미한 '소몰이 창법'과 미디엄 템포 대신 정통 발라드 등으로 대중을 공략했다.
특히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한 비의 해외 시장 공략은 대중 가요계의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작년 12월 스타트를 끊은 월드투어는 올해 상반기 베트남, 대만, 호주 등에서 잇달아 펼쳐졌다.
하지만 비는 '레인' 명칭 사용 문제, 하와이 공연 취소 관련 소송 등 예기치 못한 시련도 겪어야 했다. 싸이를 비롯한 일부 가수들은 병역특례 비리에 연루되는 곤욕을 치렀다.
◇불황 탈출을 위한 몸부림
불황이 깊어지면서 대중의 입소문과 눈길을 끄는 '포장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좋은 음반을 제작하는 일만큼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
신세대 스타 정일우와 백성현이 등장한 대규모 티저 마케팅이 대표적인 예. 이 마케팅은 대형엔터테인먼트사인 스타엠이 신인가수 구정현의 데뷔를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신인가수 세이는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2월 '싸이월드 송 페스티벌'에서 금상을 수상한 세이는 가수와 노래에 대한 정보 없이 이미지와 영상만 차례로 온라인에 공개해 대중의 관심을 유도했다.
또 다른 신인가수 에스에이티(SAT)는 데뷔 음반을 LP형태로 포장했다. 새 음반을 발표한 클래지콰이, 김건모, 파란 등은 복고풍 음악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른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려는 시도인 셈.
라이브음반을 낸 YB는 특정 라디오 주파수로 음원을 송출해 일정 지역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 '카 스트리밍(Car Streaming)' 마케팅을 선보였고, 바나나걸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데뷔한 이현지는 만화와 게임을 홍보방식으로 택해 눈길을 끌었다.
◇소몰이 창법과 미디엄템포는 이제 그만
상반기 가요 차트는 정통 발라드를 필두로 한 담백한 창법의 노래가 점령했다. 이기찬의 '미인', 이루의 '흰눈', 김건모의 '허수아비', 포지션의 '애가', 바비 킴의 '파랑새', 별의 '미워도 좋아', 양파의 '사랑…그게 뭔데' 등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SG워너비는 특유의 소몰이 창법과 미디엄 템포에서 벗어난 곡을 내세운 4집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SG워너비는 박효신, 플라이투더스카이, 휘성 등과 함께 바이브레이션이 심한 소몰이 창법과 리듬감 강하고 속도가 빠른 발라드인 미디엄 템포를 구사, 최근 2~3년간 가요계의 트렌드를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기성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로 눈을 돌린 어린 가수도 부쩍 늘었다. 장윤정, 여성그룹 LPG, 여성두오 뚜띠 등이 일으킨 '신세대 트로트' 바람이 가요계에 완전히 뿌리를 내린 셈이다.
13인조 슈퍼주니어는 멤버 중 6명이 트로트그룹 '슈퍼주니어-T'를 결성했다. 세상만사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신곡 '로꾸거'와 함께 서울시스터즈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첫차'를 불렀다.
만 13세의 트로트 가수도 탄생했다. SBS TV '진실게임'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 등에 '트로트 신동' 등으로 출연한 양지원 군이 주인공. 그는 '나의 아리랑'을 발표하고 정식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로 날아 오른 비
비는 국내 대중가수로는 처음 시도한 월드투어를 통해 명실상부한 '월드스타'로 거듭났다. 월드투어 기간 동안 각종 화제를 뿌리며 방문 국가는 물론 유수 해외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총 제작비 380여억 원에 관람 예상 인원만 총 70만~80만 명에 달하는 이번 투어는 지난 해 12월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화려한 출발을 했다. 이후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을 도는 장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비의 발목을 잡는 일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미국 공연에서 '레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문제 및 하와이 공연 취소 문제 등으로 피소됐다.
우여곡절 끝에 비는 '레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법원이 네바다주의 '레인 코퍼레이션'이라는 음반기획사가 제기한 '레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비는 공연 일정 등에서 적지 않은 차질을 겪었다.
하와이 공연 취소와 관련해 현지 공연 프로모터인 클릭 엔터테인먼트가 비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었다. 공연 취소 건은 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비는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어야 했다. 이에 대해 월드투어 기획ㆍ제작사인 스타엠이 클릭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병역특례 비리와 각종 사고
싸이는 병역특례 업체에 편입해 부실복무한 사실이 드러나 이미지를 구겼다. 관련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 동부지검이 싸이 등 가수 3명을 병무청에 행정처분 의뢰를 했고, 위반 정도에 따라 편입취소나 연장복무 등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
이와 관련해 싸이는 기자회견을 열고 "군 재입대를 회피하기 위한 행정소송 및 그 어떠한 법적 대응도 하지 않겠다"며 병무청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10월께 아내의 출산이 예정된 그로서는 누구보다 답답한 2007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도 큰 악재를 만났다. 4월 승합차가 전복되는 사고로 멤버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이특은 100여 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고, 규현도 갈비뼈와 골반뼈를 심하게 다쳐 오랫동안 입원 치료를 했다.
이에 앞서 1월에는 가수 유니가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