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두번째 사랑’ 주연 하정우 “세계관객과 호흡, 잊을 수 없는 경험”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작품 고를때 먼저 생각하는 건 그 역할에 동화될 수 있는지 100% 느껴지면 OK하죠”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 영화제 미국영화 경쟁부문에 진출해 화제가 되었던 '네버 포에버'(한국 제목:두번째 사랑)는 선댄스 측으로부터 '올해 멜로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리고 세계 언론의 관심은 주연배우인 하정우에게 모아졌다. 사실 하정우는 그들에게 이미 특별한 존재이자 잘 알려진 스타였다. 김기덕 감독의 '시간'과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로 세계 유수 영화제에 얼굴을 알렸던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뜨거운 관심과 환대를 받을 줄은 몰랐다. 예기치 못한 사랑이 불러오는 복잡한 감정을 포착해낸 하정우를 향해 현지 언론은 '신비한 느낌의 남자이고, 존재감 강한 배우' '섬세하고 조용한 얼굴로 수많은 말을 전하는 배우'라는 말로 그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세계 관객과 호흡할 수 있어 기뻤고 내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어요." 그래서 요즘은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그를 '네버 포에버'의 시사회 직후 만났다.

'두번째 사랑'에서 하정우는,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열심히 일하는 불법체류자 지하 역을 맡았다. 한국에 남겨두고 온 여자친구를 데려오기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가 '프라하의 연인' '히트' 등에서 '부드러운 완소남'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면 지하를 통해서는 '거친 수컷'으로 완벽한 변신을 이뤄냈다.

"지하와 닮은 점이 있다면 남자답다는 점인 것 같아요. 자신의 삶을 리드해 나간다는 것, 그것이 그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었어요." 그는 작품을 고를 때 느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순수한 마음으로 작품을 읽고 그 역할에 100% 동화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아요. 최고라고 생각할 만큼 하고자 하는 욕구도 컸어요."

영화는 돈이 필요한 지하와 절실하게 아이를 원하는 백인 여성 소피의 위험한 거래를 그려간다. 파격적인 소재와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상대역인 베라 파미가와의 강도 높은 러브신은 필수. 이미 체중 감량과 함께 고된 육체노동으로 단련된 단단하고 강인한 지하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었던 하정우였지만, 영화 속 러브신은 분명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떤 것이 '쉽다, 어렵다'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처음 소피를 만났을 때 지하가 느낀 낯섦만큼의 어려움은 분명 있었어요. 하지만 (부끄러워하는) 현실의 하정우와는 달리 지하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는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하정우는 영화 속 90%이상의 영어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 작품을 위해 2개월간, 뉴욕에서 완벽한 고립생활을 거쳤던 덕분이다. 사실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뉴욕생활은 놀라운 결과로 나타났다. 하정우에게 영어는 단순히 영화 속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를 넘어 지하의 내면을 온전히 드러내주는 도구가 되었고, 이것은 보는 이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리며 그가 완벽한 지하로의 변신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정작 하정우 자신은 그렇게 수많은 영어대사를 했음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소피(베라 파미가)와 사랑을 나눈 후 조그맣게 읊조린 "사랑해요"만을 꼽는다. 이 한마디로 자신의 진심만은 그녀에게 가 닿기를 바랐을 그 장면을 생각하면 그는 지금까지도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고.

베라와의 연기 호흡을 그래서 그는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국내와 제작환경이 너무 달라 현장이 아닌 사석에선 그녀를 만날 수가 없었던 것. 때문에 연기를 통한 그녀와의 만남에 더 집중력을 갖게 됐다. "베라에게 집중해서 뭔가를 놓치지 않고 리액션을 하려했던 것이 눈과 입만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 연기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어요. 열정이 넘치는 지적인 배우와의 만남은 그래서 즐겁죠."

그는 차기작으로 '밤의 열기 속으로'에 출연한다. 연쇄 살인범과 그 뒤를 쫓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로 '히트'에서 연쇄 살인범을 쫓는 검사 역을 맡았던 하정우는 이 작품에선 반대로 연쇄 살인범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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