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된장같은 트로트가 진짜배기”
“앗싸라비아 형식의 빠른 트로트보다는 4분의 4박자 쿵짝쿵짝 안정된 김치, 된장 같은 트로
트가 역사에 남을 진짜배기죠.”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봉선화 연정’부터 이름표
를 붙여주는 ‘사랑의 이름표’까지 젊은 오빠, 현철(본명 강상수·63). 지난 1970년대부터 트로트계에 등장, 트로트 인생 30여년을 살아온 그에게는 나름대로의 트로트 철학이 있다. 현철은 지난 1974년부터 ‘현철과 벌떼들’을 시작으로 지난 1985년 방송에 데뷔, 올림픽이 열리던 지난 1988년 KBS가요대상 수상, 지난 1990년에는 봉선화 연정으로 MBC 10대 가수상 등 무수한 상들을 받아왔다. 지난 2001년에는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
홍보대사, 지난 2005년에는 APEC 홍보대사 등으로도 임명됐다.
이전에 비하면 부산 사투리가 훨씬 줄어들어 억양이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맛깔스러운 단어 선택은 여전했다.
그는 요즘도 전국 무대를 누비며 남녀노소 팬들의 트로트 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일명 ‘트로트계의 맏형’이나 ‘트로트계의 대부’로 불리는 그는 요즘 트로트계에 대한 애정어린 우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트로트는 4분의 4박자로 안정된 김치나 된장과 같아야 하는데 요즘 트로트는 ‘으쌰 으쌰’ 신명만 나고 오래가지 않아 느끼는 맛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훈아나 패티김, 조용필 등처럼 역사에 남는 가수가 되기는 힘들다는 게 그의 걱정이다. 곡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1년만 지나면 기존 곡을 버리고 새로운 앨범을 내 신곡들을 부른다는 것도 오래오래 곡을 느끼며 음미할 수 없게 한다는 것. 나훈아나 이미자 히트곡들은 아직도 불리는데 말이다.
그런 그도 인정하는 젊은 트로트계 별들은 있었다. 간들어지는 목소리가 일품인 장윤정이 제일 먼저 꼽힐 줄 알았는데, 그는 ‘정정정’을 부른 가수 한영주가 요즘 인정할만한 가수라고 한다. 심지어 노래 일부분을 잠시 즉석에서 불러주기까지 해 그에 대한 총애를 느낄 수 있었다.
“장윤정은 어떠냐”고 묻자, “맑고 참신한 음색이 좋고 비교적 젊은 트로트 애창가들에게 인기가 많아 인정할 수 있다”는 평이 돌아왔다. 그 외 많은 젊은 트로트 가수들에게는 아직 트로트 냄새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이다. 좀 더 많은 후배 가수들이 오래오래 사랑받는 가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풀어놓은 이야기였다.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봉선화 연정’, ‘사랑은 나비인가봐’ 등 오래도록 사랑받은 곡들부터 초·중·고생까지 알고 있는 ‘사랑의 이름표’, 그리고 최근 불리는 그의 곡 ‘아니새’, ‘사랑의 불로초’ 등 살아온 트로트 인생만큼 곡들도 많기도 하다. 이 가운데 애정이 가는 곡들은 그의 철학처럼 최근 인기를 끌었던 ‘사랑의 이름표’ 같은 곡보다는 오래돼 삶의 희로애락이 묻어나는 곡들이란다. 쿵짝쿵짝 4분의 4박자에 구성진 맛깔이 일품인 그의 노래가 오늘도 대한민국 어디선가 울리고 있다./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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