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손담비, 가요계 '단비'될까

"(손)담비야, 호흡 많이 써서 이런 느낌 계속 내줘야 돼…."(장준호, 이하 장)

"(혀를 낼름거리다)아우~ 다시 할게요."(손담비, 이하 손)

스튜디오 안은 후끈하다. 이달 데뷔를 앞둔 손담비, 작곡가 장준호, 보컬 디렉터 이민수의 암호 같은 대화가 오간다.

"그냥 '버'가 아니라 살짝 '뻐' 느낌으로. 힘을 좀 더 싣자, 그래 그거야."(이민수)

"이거 '킵(Keep)해주세요."(장)

"오빠, 화장실 좀 갔다 와도 돼요?"(손)

다섯 시간째 숱한 지적에 시달렸지만 손담비의 컨디션은 오늘 최상이다. 녹음할수록 보컬이 새록새록 향상된다는 두 전문가의 칭찬 덕택. "가사 '어디쯤에서'의 끝음을 좀 바꿔보자. '에'의 음을 내리지 말고 올려볼래?…좋았어, 좋아."(장)

이날 녹음한 데뷔 음반 수록곡 '크라이 아이(Cry Eye)'는 음반 프로듀서인 장준호가 쓴 힙합 댄스 곡. 그는 MC몽의 '180도', 이민우(M)의 '라스트 퍼스트 키스(Last First Kiss)'를 쓴 히트 작곡가다. '크라이 아이'는 여느 유사 장르 곡과 달리 멜로디 전개가 새롭고 중독성이 있다.

"노래를 녹음하며 무대 위 퍼포먼스를 함께 연상해요. 무대에서 역동적인 춤을 추며 라이브를 소화해야 하는 걱정도 있죠. 하하."

손담비는 이미 네티즌 사이에서 '여자 비' '춤꾼 담비'로 유명하다. 비와 같은 긴 팔과 다리로 역동적인 춤을 구사하는 연습 동영상이 사이트 엠엔캐스트에 올라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한 대형 포털 사이트는 손담비의 또 다른 춤 영상을 공개하고 싶다는 제안도 해왔다.

이는 2005년 말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저스틴 팀버레이크ㆍ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안무를 맡는 브라이언 프리드먼, 크럼핑 댄스의 창시자 릴C와 베이비C로부터 춤을 배운 덕택.

손담비는 녹음 내내 목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5ℓ짜리 생수병을 끼고 있었다. 녹음이 처음은 아니어서 다행히 덜 긴장된다고.

"미국에서 데뷔한 여성그룹 에스-블러시(S-Blush) 멤버로서 '잇츠 마이 라이프(It's My Life)'를 처음 녹음할 땐 많이 혼나서 눈물까지 흘렸어요. 지금은 지적에 따라 조금씩 향상되는 걸 느껴 여유가 생겼죠."

장준호는 손담비에 대해 "저음에 약간 비음이 섞인 보이스 톤이 매력적"이라며 "끝음 처리가 아직 미숙하지만 날이 갈수록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칭찬했다.

가요 관계자들의 관심도 높다. 이날 녹음실에만 6명의 음반기획사 관계자들이 모여 손담비의 녹음을 지켜봤다.

이중 한 인기가수 매니저는 "한동안 가요계 스타가 없는 침체된 상황에서 '물건'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며 "최근 우후죽순처럼 신인들이 쏟아져나왔다가 곧바로 사장됐는데, 손담비는 지금껏 일한 경험과 직감상 좋은 예감이 든다. 가요계 '단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속사 플레디스의 한성수 이사는 "댄스 실력에 대한 네티즌의 호평에 감사드린다"며 "하지만 대중은 '과연 이 댄서가 노래는 잘할 것인가'에 주목할 것이다. 관심에 어긋나지 않도록, 역동적인 춤을 추며 흔들림 없는 라이브를 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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