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에 속삭이듯… 감성 보이스 무대압도
대중가요에도 향기가 있을까. 장르별로 틀리겠지만, 흔히 리듬 앤 블루스로 불리는 장르의 음악에선 어떤 냄새가 날까. 지난 26~2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리듬 앤 블루스 가수 박효신의 콘서트에선 박하사탕 냄새가 풍겼다. 박하사탕을 입에 물면 입 전체가 상큼하다. 박효신의 노래가 그랬다.
그가 마이크를 잡기 전부터 무대는 분주했다. 대형 스크린이 한복판에 설치됐고 오른쪽 뒤편으로는 20명에 이르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조율을 시작했다. 왼쪽 앞으로는 전기기타 주자가 음을 가다듬었고, 왼쪽 뒤편으로는 드럼과 퍼큐션이 위치했다. 그리고 객석 앞켠으로 스탠딩 마이크가 설치됐다.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가득 메워진 객석은 사실 박효신의 첫 등장을 기대하진 않았다. 늘 우정 출연하는 가창력 있는 가수들이 그의 콘서트 오프닝이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대중가요를 소화하는 가수치고는 박효신에 못지않은 풍부한 성량을 갖춘 양파가 컴컴한 무대로 나왔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졌다. 양파의 ‘사랑…그게 뭔데’가 언제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짧았다. 이윽고 이날의 히어로 박효신이 수줍은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리듬 앤 블루스의 거장 루더 밴드로스의 곡들을 연상시키는 그의 창법이 무대를 압도했다. 때로는 속삭이듯, 때로는 포효하듯 하는 그의 노래가 1천600명의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다. 지난 99년 데뷔한 박효신. 그는 데뷔 당시부터 폭발적이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줄곧 임재범과 비교돼 왔다. 이후 8년여동안 가창력 면에선 언제나 첫 손에 꼽혀왔고, “워우 워우~”로 대표되는 그의 창법은 아직도 SG워너비나 씨야 등 많은 솔과 리듬 앤 블루스 가수들이 뒤따르고 있다.
공연시간 1시간 30분 동안 ‘추억은 사랑을 닮아’와 ‘미워하자’ 등 여전히 슬픔을 머금은 발라드와 어쿠스틱한 리듬과 어우러져 한결 담백해진 그의 보컬이 애잔하게 애정을 품으며 밤하늘의 별처럼 빛났다.이날 콘서트의 주제 ‘영혼의 바람(The Breeze of Soul)’답게 그의 노래들은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산들바람처럼 가볍고 편안했다. 그는 노래와 노래 사이 약간 쉰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설명했다. “음반을 구상하면서 바다를 떠올렸어요. 바다라는 공간은 우리가 연인과 함께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별 후에도 혼자서 찾는 곳이잖아요. 바닷가에서 큰 숨을 들이키면서 떠오르는 다양한 감정을 음반에 담으려고 했죠.” 리듬 앤 블루스 자체가 미국에서 건너온 장르인만큼 우리만의, 또는 박효신만의 창법이 두드러졌으면 하는 바람과 노래가 끊어진 중간중간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진행 등이 이날 콘서트의 ‘옥의 티’였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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