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노트’ 기억 하시나요?

“안개 속을 걸어봐도 채워지지 않는 나의 빈 가슴/ 잡으려면 어느새 사라지는 젊음의 무지개여….” 30~40대라면 누구나 한번쯤 노래방에서 불러봤을 법한 노래 ‘젊음의 노트’다. 1986년 MBC 강변가요제 대상 수상작인 이 곡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도입부와 역동적인 멜로디 덕분에 응원가 등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자그마한 체구로 이 노래를 부른 유미리(42·여)는 당시 최고의 스타였다.

그녀는 단정한 정장 상의에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다. 이후 앨범 한두장을 더 냈지만 세간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그가 15년만에 새 음반을 냈다.

디지털 싱글 음반 ‘뉴 미리’.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특유의 귀여운 외모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다소 새침하게 보였던 이전 이미지와는 달리 일단 말문이 열리자 그는 가감 없는 솔직한 태도로 속내를 털어놓았다.

“예전에 활동할 때는 말하는 요령까지 소속사의 지시를 받았어요. 노출이 심한 의상도 입지 못했죠.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데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좋아한 저로선 그런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는 그토록 목말라하던 가수 활동을 왜 이제야 다시 시작했을까. “1990년대 이후 국내 대중음악계의 분위기가 바뀌었죠. R&B와 힙합이 주류를 차지하면서 음악을 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 재학생 신분으로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는 1집을 낸 후 미국으로 돌아가 공부(팝뮤직 전공)를 마쳤다. 귀국 후 1992년 김범룡 작곡의 ‘하이하이하이’를 발표했지만 이후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긴 공백기를 보냈다.

“사람들이 제 노래는 알아도 유미리에 대해선 기억하지 못하더라고요.” 어렵게 복귀를 결정했지만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심각한 자살 충동에 시달리다 병원 치료 덕분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최근 가요계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전에는 노래만 잘하면 좋은 가수가 될 수 있었는데….”

그는 앞으로 음악채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방송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미혼인 그는 음악활동과 병행하면서 결혼계획도 세울 생각이다.

“사실 복귀를 반대한 분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게 ‘나이를 먹어도 용감하다’며 용기를 좀 줬으면 좋겠어요. ‘유미리가 왜 저렇게 변했어’ 등 대중이 저에 대해 한 마디라도 말해주는 것 자체를 고맙게 여길 생각입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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