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들려주고 교통편 제공하고..친절한 클래식

"사람들이 타악기 주자라고 하면 '지루하겠다'고 해요. 실제로도 그래요. 베토벤 교향곡 9번 같은 경우 1시간이나 기다려야 겨우 제 차례가 돌아와요. 하지만 낭만주의나 현대음악에서는 타악기의 비중이 매우 높죠."

서울시향 타악기 수석인 에드워드 최(38)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21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뒤 서울시향 연습실에 모인 약 70명의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행사는 서울시향이 정기공연에서 연주되는 곡들을 미리 접해볼 수 있도록 마련한 무료강좌 '콘서트 미리보기'.

지난 주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된 이날 강좌는 퍼커션 주자 콜린 커리 등과의 협연으로 꾸며지는 24일 정기연주회(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앞서 타악기 수석이 나서 약 10종의 타악기를 소개하고 시연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주방기구인 도마를 이용한 에드워드 최와 친구 마이클 램지(중앙대 초빙교수)의 즉석연주, 이어진 음악 칼럼니스트 진회숙씨의 상세한 곡 설명,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등 음악팬들에게는 '일석삼조(一石三鳥)' 이상이었다.

클래식 음악단체들의 관객을 끌기 위한 노력이 진화하고 있다. 서울시향처럼 콘서트 미리보기 강좌를 열거나, 청중의 편의를 위해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각종 '친절함'으로 무장하고 있는 것.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곳은 KBS교향악단이다. 전세버스가 공연 전후 2차례씩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과 KBS홀 사이를 오가며 청중을 실어나른다.

또 공연 30분 전부터는 그날 연주되는 곡에 대한 해설도 진행된다.

국립오페라단은 곡이 난해하기로 유명한 알반 베르크 오페라 '보체크'(6월14-17일ㆍLG아트센터)의 한국 초연에 앞서 '10인의 파파라치'를 모집했다.

한 달 동안 리허설 참관, 제작진과 인터뷰 등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임무. 10명 모집에 120명이 지원했다.

국립오페라단은 또 공연에 앞서 오페라 강좌와 세미나도 개최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한편 최근 개관한 고양아람누리는 6월2일부터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극장 투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투어는 공연장 무대 탐방, 공연 감상과 예절, 예술가의 작품과 생애 탐방 등 3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예술가의 작품과 생애 탐방'은 사전 예약한 관람객 50명을 대상으로 모차르트, 베토벤 등 유명 음악가의 작품을 직접 들려주며 전문 강사가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서울시향 홍보담당 백수현 씨는 "무료강좌 신청자는 참석자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음악팬들의 열기는 실제보다 뜨겁다"면서 "아직 시행 초기라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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